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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Feb 20. 2021

새우젓은 1년 되어야 살이 부서지고 젓국물이 구수하죠

충남 논산 강경 젓갈


  새우젓은 잡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그중 뽀얀 살이 통통한 육젓이 가장 맛있다. 3-4월에 새우젓을 담그면 춘젓, 5월에 담그면 오젓, 6월에는 육젓, 9-10월이면 추젓이라 한다. 11월에는 동젓, 1-2월은 동백하젓이라고 하는데 이는 모두 음력을 기준으로 한다. 양력으로 바꾸어 말하면, 5월 하순까지 담근 것이 춘젓이고 6월 한 달은 오젓, 7월이 육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력 7월 한 달은 젓새우 금어기이다(전라남도 신안은 7월 15일부터 한 달간).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육젓은 어획량이 많지 않다. 그러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3-4월에 새우젓을 담그면 춘젓, 5월에 담그면 오젓,
 6월에는 육젓, 9-10월이면 추젓이라 한다.
11월에는 동젓, 1-2월은 동백하젓이라고 하는데
이는 모두 음력을 기준으로 한다.


  강경젓갈시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유난히 손님이 북적거리는 젓갈집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평소에 좋아하셨다는 젓갈을 사러 온 딸도 있고 김장준비 때문에 시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도 있었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새우젓과 각종 젓갈을 자동차 트렁크 가득히 싣고 있기에 왜 그리 많이 사는지 물었다.


  “김장하고 그럴 때 여 와서 애들 나눠주고 그러죠. 멸치액젓, 새우젓 사고 반찬으로 오징어젓, 창난젓 조금 사고, 이놈 걸리고 저놈 걸리고 그렇지. 여가 우리 작은 집이나 마찬가지여. 10년째 다니고 있거든. 그래 주인장이 꾹꾹 눌러 담는다.”     


  추젓은 강화도가 유명하지만 대체로 신안의 새우를 가져온다. 새우를 잡으면 선별작업을 한 후, 배 위에서 바로 소금을 뿌린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소금의 양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새우와 소금의 비율이 6대 4였다고 하니 정말 이맛살을 찌푸릴 만큼의 짠맛이었을 것이다.

  새우젓은 숙성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젓갈을 판매하는 집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저장온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염의 비율이나 온도에 따라서 새우젓의 맛이 달라지고 보관용기가 달라져도 차이가 난다. 냉장시설이 좋아진 요즘은 소금의 양이 많이 줄었다. 황해도 젓갈, 달봉가든의 이현달(남, 36세)씨는 25%의 소금이 좋은 향과 맛을 내는 적정량이라고 설명한다.


  “예전에 어머니 하실 때는 저장시설이 열악하니까 한 여름엔 새우와 소금을 50대 50으로 했대요. 장화 신고 새우젓에 올라가 눌러 밟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새우 75%, 소금 25%면 적당해요. 그리고 물건을 가져온 상태로 두면, 위에 변색이 돼서 우거지가 져버려요. 그러면 판매를 못하죠. 새우젓이 담긴 윗부분을 거두어서 덜어내고 뚜껑을 덮어 보관해야 하는데 수분이 닿지 않으면 새우가 마르고, 산소하고 닿으면 변색이 돼요.”     



  어머니 박종순(여, 67세)씨는 인터넷 거래나 주문 배송이 많아지면서 아들에게 사업을 넘기게 됐다. 예전처럼 현장에서 소량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다. 커다란 드럼통에 새우젓을 옮겨 담고 무거운 새우젓 통을 저장고로 들고나는 일은 힘겨워 보였다. 젓갈장사는 남자의 일이라는 젊은 사장의 말이 맞다.  


  “새우젓의 저장 온도는 영하 4-5도가 적당해요. 오래 두면 익을수록 맛이 나는데 새우가 부서지고 단맛이 나는 거는 1년 이상 숙성된 거죠. 더 오래되면 곤죽처럼 돼요. 익으면 젓국물이 구수하고 맛있죠. 멸치액젓도 1-2년이 지나면 금가루가 뜨면서 아주 맛이 있어요.”


  1년 넘게 잘 숙성한 새우젓의 젓국물 빛은 막걸리처럼 탁하다. 단백질이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 이리라. 젓은 죽이 되어야 맛있다. 새우젓의 새우가 예쁘고 또렷한데 감칠맛이 나고 국물 빛이 묽다면 조미액을 따로 넣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젓갈이름 쟁반과 열 가지 젓갈


  이왕 젓갈 구경을 왔으니 열네 가지 젓갈의 맛을 보아야겠다. 갈치속젓, 청어알, 창난젓, 낙지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토하젓, 가리비젓, 아가미젓, 명란젓 등 젓갈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은 모두 올려놓은 듯하다. 손님들에게 다양한 젓갈을 맛보게 하려다 보니 젓갈 이름을 묻는 손님들도 많다. 구구절절한 젓갈의 이름과 맛을 알려주고 뒤돌아서면 다시 묻는 통에 아예 젓갈을 올려놓는 쟁반에 이름을 써 붙였다. 좋은 생각이다. 젓갈 이름이 궁금하면 그릇을 들어 확인하면 된다. 세상에! 향긋한 젓갈에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순댓국에 새우젓을 넣으면 맛이 달라진다. 연두 빛 애호박에 새우젓을 넣어 볶으면 맛의 깊이가 다르다. 계란찜에도 새우젓이 조금 들어가면 맛깔스러워진다. 잘 삶은 수육에 투명한 붉은빛의 새우젓을 올려야 제대로 그 맛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맛을 좌우하는 간(鹽膽)이다.          


[도움 주신 분]     


박종순(여, 68세)씨는 아들 이름을 따서 ‘달봉가든’이라고 식당 이름을 지었다. 이제 아들 이현달(남, 37세)씨가 씩씩하게 그녀의 뒤를 이어가고 있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1928?_ga=2.83442134.1559705289.1613814797-477163452.161309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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