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어려운 질문

by 소리빛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치매등급 신청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대체로 신청서를 접수하고 한참이 지나야 조사관이 방문 온다고 한다는데, 사흘 뒤 ‘방문 조사 일정’이 잡혔다. 정기 검사를 받아온 엄마는 물론, 연로하신 아빠 역시 건강 상태가 예전 같지 않으셨기에 두 분 모두 조사 대상이 되었다.

마스크를 쓴 조사관은 현관문을 열어 놓은 채로 거실에 서서 먼저, 아빠에게 질문을 건넸다.


“아버님, 오늘이 몇 월 며칠인가요? 대통령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아빠는 막힘 없이 답을 했다. 그렇지만 몸이 아프다며 자신의 몸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열을 올리셨다.


“어머니, 지금이 무슨 계절이에요? 지금 대통령 이름이 무엇인가요?”


엄마는 단순한 질문에 모두 틀린 답변을 했다. 나의 공주님이 주눅이 들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사관은 아빠와 엄마에게 장기요양등급판정의 제도에 대한 안내와 서류 몇 장을 남기고 다른 일정이 있다며 총총히 나갔다.




“나,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으니까 대답을 못했어.”

“괜찮아, 엄마. 내일 병원에 가서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면 결과가 나올 거야.”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엄마의 등을 토닥였다.

그냥 살아왔다.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 문제 없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수영장을 가고, 일요일에는 성당에 가고 다른 날들은 친구를 만나거나 공원을 산책하면서. 그러다가 TV를 보며 하루 종일 낮잠을 자기도 했다. 평온한 일상이었을 때는 ‘오늘이 며칠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 사소한 질문이 부모님의 미래를 나누어 놓았다.

수, 토 연재
이전 06화창피한 일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