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언제 와?

by 소리빛

불 같은 더위가 지나고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다. 마치 내 속의 그 무엇들을 비워내듯이 바닥의 빗방울들이 아우성을 치며 내렸다. 엄마의 세상은 문밖의 시간과 다른 속도로 흐른다. 빗소리에 아랑 곳하지 않고 적막하게 늦은 하루를 시작했다. 게다가 아빠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늦은 아침을 차렸다.



7. 언제와 비오는 창밖.jpg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는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을 한다. 자고 있는 엄마를 두고 인사도 없이 조심스레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하루가 계속됐다. 어떤 날은 휴대폰이나 안경을 집에 두고 갈 때가 있는데 현관문 열리는 벨소리에 엄마가 나와서는, 내가 왜 나가는지, 무엇 때문에 나가는지, 언제 오는지를 꼬치꼬치 묻는다


“어디가 아침부터?”


“회사가지. 그래야 돈을 벌고 엄마 좋아하는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잖아.”

“그렇구나. 언제 와?”


이러한 상황이 처음 벌어졌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지? 엄마는 내가 늘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하는 존재로 기억하고 있나 보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온종일 기다려야 하는 애틋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질문하듯이 언제 오느냐, 또 나가느냐며 묻고 또 묻는다. 그러면 나는 똑같은 대답을 매일 하며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춘다.


내일은 이 서글픈 질문의 답을 찾으러 아빠와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간다. 두 분의 끊겨버린 기억의 진단을 몇 문장의 질문으로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빠와 엄마의 생활습관이나 변하고 있는 증상을 서류라는 틀에 맞춰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치매 진단에 필요한 의사소견서를 기일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등급판정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의사의 치매 소견서만으로 등급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와 등급판정위원회의 심사 결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의사의 소견서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서류라고 한다. 나에게 서류상의 등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세계에서 사라져 가는 '나의 부재'를 어떻게 매일 다시 채워 넣을 것인가 하는 두려움과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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