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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Mar 16. 2019

칠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꼬리곰탕 그 맛, 그 정성

서울 남대문시장 진주집

칠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꼬리곰탕 그 맛, 그 정성

  한겨울 날이 선 새벽, 문 닫은 노점들이 내어 놓은 시장의 길목은 조용하다.

   그 틈 어딘가에서 밤을 꼬박 새워 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은 선물과도 같다. 남대문시장의 갈치 골목 끝에는 칠십 년이 넘도록 스물네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꼬리곰탕 가마솥의 열기가 식은 적이 없는 진주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곰탕(곰국)을 끓이는 구수함과 따듯한 실내 온기가 시린 몸을 녹인다. 드문드문 앉은 작업복 차림의 손님들이 새벽의 허기를 때우기 위해 앉아 있다. 그들의 피곤과 허기를 달래줄 곳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엌에서는 검은 무쇠 솥에 곰탕이 설설 끓고 한쪽 모퉁이에서는 해장국이 끓는다. 뚝배기를 겹겹이 쌓은 것을 보니 아침 손님 맞을 준비를 벌써 다 해 놓은 모양이다. 


  90세가 넘은 권숙주 씨의 고향은 진주이다. 그녀는 50년 간 꼬리곰탕을 끓였다. 그 맛을 그대로 이어 친척동생인 하미선(여, 70세), 하양숙(여, 65세) 자매가 운영을 한 지도 25년이 넘었다. 합이 75년이라는 세월이다.     

 

  곰탕은 소의 뼈와 고기를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설렁탕과 공통점이 있다. 

『동아일보』 1924년 6월 28일 기사에 따르면, “조선시대 후기 설렁탕은 대도시 한양의 음식점 메뉴가 되었는데 설렁탕은 서울의 대표 음식이었다. 1924년 경성부 재무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경성부 내의 설렁탕집이 대략 100 군데 있었다.”라고 전한다. 

  이처럼 설렁탕은 서울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렇다면 곰탕이 설렁탕보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하양숙 씨에게 물었다. 

  “곰탕은 소의 꼬리만 사용하는 음식이야. 설렁탕은 잡뼈를 고아서 사태고기를 올리는데 꼬리는 소 한 마리에 한 개, 겨우 여섯 토막을 쓸 수 있어. 두 개씩 세 그릇. 그래서 꼬리곰탕이 설렁탕보다 고급 음식이고 가격도 비싸지. 꼬리곰탕은 소꼬리 큰 거를 그대로 삶았다가 건져서 그때 기름 손질을 해. 계속 끓이면 살이 다 빠져 안 돼. 고기는 다 익으면 따로 잘라서 두고 뼈만 계속 고는 거지. 누린 냄새 잡으려고 뼈의 양에 따라 소주를 넣긴 하지만 좋은 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물이 구수하고 좋아. 다른 거는 아무것도 없어.”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꼬리곰탕을 받아보니 설렁탕보다 비싼 이유를 알겠다. 굵은 가래떡이 ‘떡’하고 박힌 듯한 흰 꼬리뼈에는 부들부들 쫀득한 고기가 푸짐하게 결을 이루어 붙어 있다. 깊고 진한 국물을 후후 불어 마시고 나면 ‘야~’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이곳의 별미는 또 있다. 바로 부추 간장 소스와 무 섞박지. 담백한 고기를 맛있게 먹고 싶을 때, 부추 소스를 찍어 먹으면 부추와 마늘 향으로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국물에 밥을 말아먹을 때는 잘 익은 무 섞박지가 입맛을 당기게 한다.     


  여주인은 단골 중에 9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젊을 때부터 여섯 명의 친구들이 이곳에서 모임을 자주 가졌는데 요즘은 두 분만 오신다. 세상을 먼저 떠난 네 명의 친구들이 그리울 때 찾아오는 그들을 보면 고맙고 고맙다고. 그래서 진주집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게 하는 것이 보답하는 것이라며 웃는다. 이것이 오랜 역사를 지닌 진주집의 비결이구나.      


  600년 역사를 가진 남대문 시장의 사연 많은 골목에 하얀 아침이 밝았다. 오래간만에 내리는 겨울눈을 맞으며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지나간다. 꼬리곰탕으로 보양을 든든히 했으니 올 겨울은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역사문화유산, 세월의 흔적, 근대문화역사유산' : 근대신문 속 음식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


남대문 시장 진주집은 1950년 1대인 권숙주 씨가 개업하여 2대째 하미선(여, 70세), 하양숙(여, 65세) 씨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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