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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Apr 09. 2019

병천장에 가면 아삭한 야채가 듬뿍 들어간 순댓국 먼저

충청도 천안 청하식당

  천안에는 5일장이 세 곳이다. 병천장과 입장장, 성환장은 매월 1일을 시작으로 5일마다 열린다. 병천 5일장은 병천순대와 오이가 유명하다. 입장은 포도와 배, 성환은 개구리참외가 자랑할 만하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 병천장이었다. 인근의 진천과 청주, 연기에서 서울로 가고자 할 때에도 이곳의 천안삼거리를 지나야 했다. 사방으로 통하여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날에는 더했다. 조선 후기에는 재래시장이 생기면서 전국의 장꾼들이 몰려들었다. 장꾼들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주막에 들려 국밥을 뚝딱 먹어치웠다.  


   300년의 역사를 지닌 병천(竝川) 장은 두 개의 내를 아우르고 있다는 의미로 아우내장이라고도 부른다. 유관순 열사가 독립만세를 한 장소이기도 하다. 6.25 전쟁 이후에는 국민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식량사업에 중점을 두어 정책을 펼친다. 양돈사업이 기업형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에는 대형 도살장도 등장하였다. 


  병천에 들어서면 길게 늘어선 순대 식당에 입이 떡 벌어진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약 30곳이나 생겨났다. 왕복 2차선 양쪽으로 줄지은 식당 앞에는 손님들도 줄지어 섰다. 장날이 아닌 날에도 관광객들이 이리 많으니 병천순대의 유명세가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병천순대에는 야채가 많다. 양배추와 양파, 피망을 삶아서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 당면과 들깨가루가 들어간다. 가장 중요한 돼지의 소창과 선지는 신선한 것을 쓴다. 거무튀튀한 선지와 송송히 박혀있는 당면과 야채는 돼지 소창의 속으로 채워진다. 만드는 방법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찹쌀을 쓰지 않는다. 선지는 영양도 좋지만 순대 속 재료들을 엉기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잘 익어 반질한 순대를 새우젓에 찍어 한 입에 넣어본다. 아삭한 야채와 선지 특유의 부드러움이 씹힌다. 소창에 채워진 야채가 선지의 텁텁함을 줄이고 그 뒤로 찾아오는 새우젓의 간간함이 입맛을 돋워준다. 지역에 따라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이들도 있다. 순대와 함께 나오는 돼지 부산물들도 일품 이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쫄깃한 오소리감투(돼지 위), 염통, 간, 볼살, 혀와 귀. 여기에 10시간 이상 뽀얗게 우려낸 돼지 사골국물에 젖은 순댓국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하다.     



   그전에로 치면 주막 식이죠.
평소에는 농사일을 하다가 장날이 되면 전날부터 순대를 만들어 팔았어요.
친증조할머니께서 시작하셨고, 친할머니도 하셨고,
엄마께서 1977년 시집오셔서 계속하시다가 저희까지 치면 4대째예요.
1968년 영업허가를 냈어요.
친할머니의 연세가 95세이시니까
어림잡아 100년 동안 순대를 만들어 팔았다는 이야기이죠.
돼지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 다 맛있어요.
 


  병천에서 오래되었다는 청화집의 맏딸(이연수, 42세)은 고등학생 때부터 식당의 일손을 도왔다. 장날이 되면 순댓국 그릇을 나르는 일은 자신의 몫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의 뒤를 남편과 함께 따라가고 있다.  


 


 위 글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 N 문화' : 우리 집의 맛과 향토 음식에 게재된 글입니다.


청화식당은 이경란(여, 66세) 어머니의 뒤를 이어 김정수(사위, 44세)와 이연수(딸, 42세)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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