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국가 예·맥국의 성문(聖門)을 열다

by 소리빛

북쪽에서 달려온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 강원도. 전체 면적의 82%가 산이다. 기세 높은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치악산이 있고 남한강과 북한강, 낙동강이 처음 시작한다. 금강산에서 시작된 북한강은 인제에서 흘러온 소양강과 만난다. 이러한 자연환경 덕분에 고대국가가 발달할 수 있는 교통과 문명의 요충지가 되었고 주변 국가의 각축(角逐)의 장이 되었다.

특히 춘천은 삼국시대에 고구려·백제·신라가 영역을 확장하기 위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백제의 영역이었다가 고구려의 지배를 받던 시기가 3-5세기이고, 6세기에는 신라의 영역에 속했다. 강원도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신문왕 5년(685)에 설치한 지방행정조직인 9주 중 삭주와 명주로 편입되었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이다. 북한강에는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이 생기고, 소양강댐이 건설되자 강의 골짜기마다 호수가 형성되었다. 댐 때문에 만들어진 인공 호수가 바로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이다. 이 중 의암호에는 ‘의암(衣岩)’, 즉 옷 바위에 대한 전설이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맥국을 침략한 적군이 군복을 바위에 빨래 널듯 널어놓아 군사들을 방심하게 했다.”라고 한다.


맥국(貊國). 고서(古書)를 살펴보면, 춘천을 포함한 영서지역은 맥(貊)족, 대관령 넘어 영동지역은 예(濊)족이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맥국의 위치를 언급하고 있지만 기록이 많지 않아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은 “믿을 수 없는 일은 기록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의 <신라본기>에는 “신라 유리이사금 17년(40년) 9월, 북쪽에서 침범한 적을 맥국의 장수가 곡하(曲河)의 서쪽에서 물리쳐 주었고 맥국과 친교를 맺었다.”라고 기록한다. 또한 “유리 19년(42년) 8월, 맥국의 거수(渠帥, 초기 국가 시대 집단을 이끈 사람)가 사냥해온 새와 짐승을 바쳤다.”라고 하였다.

일연이 완성한 「삼국유사」에는 불심의 힘으로 이웃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신라의 황룡사 9층 탑의 이야기가 있다. 1층은 일본, 2층은 중국, 3층은 오월, 4층은 탁라, 5층은 옹유, 6층은 말갈, 7층은 거란, 8층은 여진, 9층은 예맥으로 9개 국가를 탑으로 쌓아 나라를 지키려 했던 것이다. 여기서도 예·맥국의 존재는 확인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아름다운 옷감을 맥포(貊布)라 하였고 먼 곳까지 사격이 가능했던 쇠와 동물의 뿔로 만든 맥궁(貊弓)은 고구려와 만주에서 널리 사용되었다(「위지(魏志)」).


예와 맥의 유물과 자료들은 강원도와 춘천의 기원과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강원도문화원연합회에서는 여러 사료와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하여 그동안 소홀했던 예·맥국의 흔적을 애니메이션 영상 콘텐츠로 제작했다. 지역주민에게 예·맥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여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이기 위함이다. 어려운 역사를 재미있는 미디어로 접할 수 있어 어린이들의 교육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앞으로의 과제는 훌륭한 스토리들이 웹툰이나 게임에도 적극 활용되고 다양한 문화상품에도 적용이 되어 춘천만의 문화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봄빛 날리는 날, 고대국가의 흔적을 찾아 춘천행 기차를 타야겠다.



sbscnbc2018.3.26. 게재된 칼럼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374&aid=000015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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