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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Apr 18. 2019

정조가 하사품(下賜品)으로 내린 오뉴월 밴댕이 한 두름

인천 강화도 강화어부네꽃게탕

  밤이면 섬을 둘러싼 은빛 행렬이 장엄했다. 그 멋진 풍경에 이끌려 까까머리를 기르기도 전, 열다섯 살에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배를 탔다(정찬구, 남 57세). 문밖 갯벌에는 씨를 뿌리지 않아도 먹을 것이 그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때를 기다리던 아주머니들은 갯일을 하러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고 저녁에 다시 물이 빠지면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또 갯가로 나갔다. 몇 푼 벌지 못해도 그때는 바다일 하는 것이 좋았다.


  강화도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그중 선수 포구는 뻘이 기름져서 이곳에서 잡히는 밴댕이가 특히 맛이 있다. 그래서 밴댕이 포구라고 부른다. 선수 포구 안에는 약 십여 개의 식당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강화도 최북단인 주문도에서 많이 나온다. 물때를 잘 맞춰야 하는데 조금 때보다는 사리에 더 많은 배가 드나든다. 


  5월부터 7월 사이에는 밴댕이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밴댕이는 이 시기에 산란을 준비하기 때문에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가장 많다. 겨우내 바다 깊은 곳에 있다가 따뜻한 바닷물을 따라 먹이활동을 한다. 살이 오른 통통한 밴댕이를 잡을 수 있는 때이다. 그러다가 산란기를 마치면 살도 기름기도 빠져서 맛이 덜해진다. 그래서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다. 밴댕이의 맛이 가장 좋은 제철에 대접을 받는 것, 바로 후한 대접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일까.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규장각의 신하에게 줄 하사품(下賜品)으로 밴댕이를 선택한다. 밴댕이는 간 기능을 향상해주고 눈을 맑게 해 준다. 다정다감했던 임금은 맛 좋고 영양 많은 5월의 밴댕이를 신하에게 주고 싶었나 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5월 17일 밴댕이 한 두름을 하사 받았다. 5월 20일 밴댕이 네 두름을 하사 받았다(중략).”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그랬다. 전쟁에 나가 있는 동안 어머니를 위로하고 아들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기 위하여 오뉴월 밴댕이젓을 보냈다.       



  밴댕이는 청어과이다. 등은 푸르고 배는 은백색이어서 얼핏 전어와 비슷하다. 잘 모르고 먹는 사람은 전어와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전어보다 크기가 작으며 전어처럼 뼈째 먹지 않는다. 밴댕이는 살이 부드러워서 잘 무른다. 다른 생선에 비해 내장이 작아 속 작다는 말을 듣지만 그 덕분에 비린 맛이 덜하여 국물 맛을 낼 때는 이만한 생선이 없다. 


  3년 동안 간수를 내린 소금에 포실하게 구워진 밴댕이구이.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다. 그러나 급하게 대하여서 안 된다. 가시까지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하니 손으로 들고 먹어야 폼이 난다. 식으면 살결이 단단해지지만 알을 끄집어내어 먹어도 비리지 않다.       

  10년 전 밤배의 장관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섬의 환경이 바뀌면서 어장도 변했다. 다양하던 어종도 줄었고 너무 흔하여 거름으로 썼던 밴댕이는 이제 금댕이가 되었다. 




 위 글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 N 문화' : 우리 집의 맛과 향토 음식에 게재된 글입니다.


강화어부네꽃게탕 정찬구(남, 57세) 부부의 알콩 달콩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은 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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