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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May 02. 2019

시원한 곰치국 재료?
푹 삭은 김치 한 국자

강원도 삼척 바다횟집

  참으로 못생겼다. 큰 머리와 뭉툭하고 커다란 입, 미끄덩대는 피부와 산만한 덩치를 가진 꼼치. 꼼치는 동해안을 비롯한 모든 해안에서 나는 어종이다. 동해안의 꼼치는 타 지역과 모양이 조금 다르다. 서·남해안의 것은 메기와 비슷하여 물메기, 미거지라고 부른다. 


  동해안에서는 꼼치를 곰치, 물곰이라고 부른다. 깊은 바다에 사는 포악한 성격의 뱀처럼 생긴 곰치가 아니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곰치국은 꼼치이며 곰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꼼치가 원래의 곰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써온 표현을 따질 필요는 없다.     

곰치국

  “강원도 삼척하면 곰치 먹고 가야 헌다. 이러지요. 다른 곳은 무를 넣어 지리식으로 잡숫는데 저희는 묵은 김치, 김장김치로 같이 끓입니다. 우리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해장국으로 좋아하셨어요. 드시던 분들은 여 지나다가도 일부러 오신다 아닙니꺼. 속 풀이 많이 합니다. 처음 1993년에 시작했을 때는 이천 오백 원부터 시작했어요. 지금은 만 오천 원해요.”


  예전에는 흐물흐물한 곰치가 그물에 걸리면 물에 다시 던져 넣었다. 값이 헐한 것도 이유지만 덩치가 커서 그물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추운 겨울에 어부들의 언 몸을 녹여주는 것은 곰치국이였다. 

  곰치는 여름 내내 1,000m의 깊은 바다에 살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수심이 얕은 바위틈으로 올라온다. 곰치 맛을 아는 사람들은 겨울철 곰치국을 좋아한다. 흐물거리던 살도 단단해져 곰치가 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이때는 싱싱한 곰치에 식초를 뿌려 오들오들하게 먹어도 좋다.   



  곰치 살은 형태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질퍽인다. 수분이 많아 저장이나 냉동을 할 수도 없다. 냉동한 것을 끓이면 살들이 풀어져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보기보다 까다로운 생선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획량이 줄어들어 곰치를 파는 식당에 곰치가 없는 날이 많다. 

  장형석 씨는(남, 73세) 곰치국을 조리할 때 검은 곰치, 수놈을 쓴다. 암놈은 쓰지 않는다. 암놈의 알 씹는 맛도 괜찮은데 수놈만을 고집한다. 곰치의 애를 넣어 뱃사람들이 먹던 곰치국 맛이다.



  곰치는 수놈이 나요. 크기도 크고 알집이 없어서 고기 결이 더 맛이 있어요.
 암놈보다 수놈이 더 비싸요.
물릉물릉한 여름 고기보다 겨울 고기 결이 단단하지.
곰치는 물기가 빠져삐며는 기름 빠지는 거와 같아요.


  손 큰 주인 할머니(김금희, 65세)는 물크덩한 곰치 한 덩이를 끓는 물에 넣는다. 다음에 소금 조금, 곰삭은 김치 한 국자를 툭 털어 넣는다. 보글거리며 살이 하얗게 익으면 그릇에 담는다. 그 위에 파를 뿌리면 끝.      

  맑은 주황빛의 곰치국을 보기만 했는데도 새콤한 김치 향에 군침이 넘어간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한 점도 먹을 수 없다. 숟가락으로 뜨려 해도 살들이 흘러내려 입에 가져갈 수가 없다. 그 모양이 안쓰러웠는지 할머니께서 후후 불어 한 술 떠 입에 넣어주신다. 


  시. 원. 하. 다.

        


장형석(남, 73세), 김금희(여, 65세)부부는 25년 넘게 바다횟집을 운영하였다. 한 해 두 해를 넘기는 것이 힘들어 식당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다. 그 전에 그들의 곰치국을 맛보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위 글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 N 문화' : 우리 집의 맛과 향토 음식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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