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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May 02. 2019

달치곤 하고 쫄깃된 붕어찜에 시래기를 척 감아 먹어야지

충청도 예산 예당가든

  해 질 녘이 되면 황금나무로 변하는 왕버드나무가 있는 곳. 예당저수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 1963년에 완공하였다. 무한천(無限川)과 신양천(新陽川)이 만나 민물고기의 먹이가 풍부하다. 낚시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예당저수지


  부엌의 이른 아침, 붕어 손질을 하는 주인 할머니(윤기자, 76세)의 손길이 바쁘다. 낡은 부엌은 그녀의 검소함을 짐작하게 해 준다. 문턱의 고양이모자는 감히 부엌문을 넘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 식사 때가 되었나 보다.



  붕어가 한 30cm 정도 돼요. 가시가 많아요.
발라 잡숫는 분들은 살을 제쳐서 드세요.
붕어는 쫄깃된 맛도 있고 고소한 맛도 있고 달치곤 한 맛도 있고 그럴 거예요.
예당저수지에 참붕어는 잘 안 나요.
이거는 떡붕어라고 하지요.
매일 낚시하는 분이 아침에 가져다주세요.
우리는 이거 한 지가 37년 되었어요.

    
예당저수지에서 잡은 붕어


  살아있는 붕어를 손질하여 칼집만 내어 중탕을 한다. 그리고 간을 낸 국물에 은근히 익히면 쫄깃해진 살에 맛이 밴다. 붕어는 단백질을 섭취하기에 좋고 칼슘,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이 있는 사람이나 어린이, 노인들에게 좋다. 


  자리를 잡을 때는 예당저수지가 보이는 마당이어야 한다. 붕어찜은 탱탱한 허리를 뚝 잘라 살을 발라 먹어도 되지만 양념장에 조려진 시래기에 척 싸서 먹어야 맛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찜을 호호 불면서 먹고 나면 매운맛에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이때는 아삭한 무짠지가 진정을 시켜준다. 만약 생선가시 발리기가 귀찮다면 밥에 시래기만 올려 먹어도 좋다. 한 그릇이 모자라다. 


붕어찜
어죽


 어죽은 오가피를 달인 물에 붕어와 장어, 민물새우로 육수를 낸다. 여기에 쌀을 넣고 끓이다가 수제비, 국수도 넣는다. 어죽은 부드럽고 맵지 않다.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나 어린이들이 먹기에 좋다.   


  “붕어는 기력을 나게 해 주고 보양식이야. 이거가 식으면 어묵이 져요. 나달 나달 하게. 찐하게 끓여서 놔두면 묵처럼 돼요. 여기는 다 여서 나는 것으로 만들어요. 부엌 돌아가면은 여 뒤란에 다 있어. 나는 5살에 어머니를 잃고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전에는 엄마 산소에 가면 원망했어요. 칠십이 넘고서는 엄마 고맙다고 해요. 건강 주시고 크게 아픈 거 없으니까. 새엄마한테는 혹독하게 가르쳐 줘서 감사하다고 그래요. 지금까지 무서운 기 없이 살았거든.”     



  예당저수지에는 떡붕어와 황금나무, 예당가든이 있다. 그리고 이곳 주인 할머니의 뒤란과 텃밭이 있다. 뒤란에는 그녀가 아끼는 시래기와 무짠지가 줄줄이 익어가고 텃밭에는 고추와 가지, 깻잎이 성큼성큼 자란다.     

     


예당가든은 주인할머니(윤기자, 76세)의 뒤를 이어 아들(박호영, 43세)이 운영하고 있다.     

 위 글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 N 문화' : 우리 집의 맛과 향토 음식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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