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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Mar 15. 2020

칠 분의 기다림,
숯불에 구워 불맛 나는 화덕만두

인천 차이나타운 화덕만두

  이른 아침부터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다른 곳으로 얼굴을 돌리지도 않고 곧장 화덕만두를 파는 십리향으로 향했다. 화덕만두를 찾는 사람들의 줄은 언제나 길게 늘어져 있다. 운 좋게 차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많을 때는 두 개 이상 살 수도 없다. 기다리고 있는 뒷사람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옹기에서 굽는 화덕만두의 수는 기껏해야 사오십 개다. 그것이 다 팔리면 다시 칠 분을 기다려야 한다. 옹기 화덕 두 개를 번갈아 돌려도 몰려드는 사람들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1924년 4월 17일 동아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일제시대는 호떡이 국민간식 겸 끼니를 해결해주는 음식이었다.
일제시대 호떡장수는 대부분 중국인들이었는데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온 중국인들 중
자본이 적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 호떡장사를 하였다.

  같은 해 조선총독부의 조사에 의하면, 경성부 내에 영업을 하는 중국 사람의 가게 485호 중에서 호떡가게가 150개나 있었다고 전한다. 당시에는 석탄을 때는 화덕에서 호떡을 구웠다. 커다란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튀겨내는 오늘날의 호떡과는 달랐다. 쇠로 만든 쟁반에 호떡 반죽을 놓고 화덕에 밀어 넣었다가 쇠꼬챙이로 꺼내는 것이다. 호떡은 밀가루와 소다로 반죽을 하여 뜨거우면 부풀고 열이 식으면 다시 줄어들었다. 설탕을 소로 넣어 달콤했다.          


화덕만두 굽기 전


  옛날 화덕에 구웠던 호떡처럼 만두를 굽는 곳이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십리향은 옹기 화덕에서 숯으로 만두를 굽는다. 화덕만두를 11년째(2018년 현재) 만들고 있는 곡창준(남, 59세) 씨는 화교 2세이다. 중국문화에서 유래한 음식을 고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대만의 화덕만두를 발견하였다. 그것을 한국에 들여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화덕을 제작하는 것과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는 조리법도 연구가 필요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가스 가마도 만들어보고 전기 가마도 만들어보았지만 역시 가장 맛있는 만두는 숯을 때는 옹기 화덕에서 나왔다. 가스 가마와 전기 가마는 일정한 온도에 고르게 구워져서 보기엔 좋았지만 불맛이 덜했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더라도 옹기 화덕에 만두를 굽는다.      


화덕만두 옹기

 

  옹기 안의 온도가 250도로 올랐을 때, 주먹 만한 만두 반죽을 뜨거운 옹기 벽에 딱딱 붙이면 쩍 달라붙는다. 붉은 숯불이 만두피를 까슬하게 익히면 육즙을 담뿍 먹었던 고기 속은 수분을 뱉어내기 시작한다. 뜨거운 숯불 위로 치직 거리며 육즙이 떨어진다. 칠 분이 지나, 잘 익었다 싶으며 손잡이가 긴 도구로 만두 옆을 톡톡 쳐서 떼어낸다. 이 모습도 볼거리이다. 그 모양을 보고 있자니 목에 걸려있던 침이 꿀꺽 넘어간다. 지루하지 않은 기다림 끝에 얻은 만두를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좋아라 했다.          


  숯으로 굽는 화덕만두의 맛은 네 가지이다. 고기와 단호박, 고구마, 팥이 소로 들어간다.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당연히 고기 맛이다. 하루에 수백 개가 팔리는 그 많은 만두를 곡창준 씨와 아내가 손수 빚는다. 몸이 고단하여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지만 중국문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맘씨 좋은 그는 누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화덕만두의 비법을 살짝 귀띔해 주었다.    



화덕만두 하나에 이천 원이지만
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하나하나 정성 들여 손으로 만들었으니
잘 나오면 뿌듯하죠


  “화덕만두 하나에 이천 원이지만 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하나하나 정성 들여 손으로 만들었으니 잘 나오면 뿌듯하죠. 돼지고기는 잡내가 많이 나요. 잡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 고량주, 생강, 마늘, 파 등 열다섯 가지를 넣어요. 돼지고기는 주로 살코기 80%, 비계 20%를 섞어요. 오래 섞으면 고기가 수분을 먹어서 나중에 육즙이 생겨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밀가루 반죽이에요.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데 날씨가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물 양이 틀려요. 건조한 날에는 물을 좀 더 넣고, 우중충하고 비 오는 날에는 물을 덜 넣죠. 밀가루는 다루기 쉽지 않아요. 화덕만두를 만들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을 때 밀가루가 예민하고 날씨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화덕만두는 옛날 호떡처럼 옹기 화덕에서 굽는 중국식 만두이다. 숯불에 잘 구워진 만두피는 구수한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성급히 먹으면 고기 육즙에 입이 데일 수 있으니 호호 불어 열을 식힌 후 먹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맛이 좋아 한꺼번에 몇 개를 먹을 수 있다고 욕심을 내었다. 그런데 나의 작은 위를 탓할 수밖에. 만약 또다시, 줄을 서서 그것을 먹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련다.                   



[도움 주신 분]     

     

십리향은 화덕만두의 맛있는 향이 십리를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조리법은 곡창준(남, 59세) 씨와 그의 아내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 이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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