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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Feb 12. 2021

진정한 오징어순대는 바르르한
밥알을 손으로 채워 넣어야

속초시장 오징어순대

  

  도마 위의 칼질 소리가 정겹다. 금방 찐 자줏빛의 오징어순대가 불룩한 배를 자랑하며 누웠다. 오징어는 주변 환경에 따라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어두운 갈색 반점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칼을 대면 흰색으로 변하고 찜통에 찌면 붉은 자줏빛으로 변한다.




  속초중앙시장은 평일에도 오징어순대를 찾는 이들이 줄을 섰다. 이곳 아니면 오징어순대의 제 맛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계란 옷을 입힌 오징어순대는 동해안 어느 회집에서도 먹을 수 있고 홈쇼핑이나 마트에서도 냉동오징어순대를 살 수 있다. 그러나 고슬고슬한 밥알이 살아있는 제대로 된 오징어순대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몇 곳 안 된다. 그마저도 명성이 높은 두어 식당의 어른들은 안타깝게도 급히 다른 세상으로 가셨다. 



시어머니가 하시던 것을 하는 건데
여기 속초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다 해 먹었어요.
저 결혼할 때는 이바지로도 했어요.
여기는 다른 거는 안 해도 요거 하고 문어 하고 해가요.
어릴 적에는 찬밥 남으면 오징어가 흔하니까
오징어에 속 넣어서 쪄갖고 금방 먹으면 맛있었어요.       


  “시어머니가 하시던 것을 하는 건데 여기 속초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다 해 먹었어요. 저 결혼할 때는 이바지로도 했어요. 요즘에도 이바지로 해 달라고 하는 분들이 찾아와요. 여기는 다른 거는 안 해도 요거 하고 문어 하고 해가요. 어릴 적에는 찬밥 남으면 오징어가 흔하니까 오징어에 속 넣어서 쪄갖고 금방 먹으면 맛있었어요. 15분만 찌지요. 더 찌면 질겨져서 맛이 안 나요.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지요. 오징어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수분이 빠져서 줄어들어요. 속이 밀려 나와 그전에 먹는 것이 좋아요.”





  오징어에는 타우린(taurine)이 많다.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에 좋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영양 좋은 오징어순대의 맛을 아는 이들에게 새롬맛집은 보고(寶庫)와도 같은 곳이다. 오징어순대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최금애(여, 육십 대 중반)씨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날이면 밥알이 바르르하게 잘 된다고 한다. 오징어 다리는 몸통과 분리하여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둔다. 야채를 썰어 넣기 때문에 오징어 속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안 된다. 순대의 속은 꽉꽉 채워도 안 되고 허술하게 채워도 안 된다. 그 안에서 밥알이 삭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일일이 손을 대어야 맛있다.


  십여 년 이상 오징어의 배를 채운 그녀의 손은 빠르다. 순식간에 오징어 서른 마리의 배를 채워 넣는다. 대나무 꼬지로 여미는 솜씨도 기가 막히다. 거기에 마무리는 정갈하고 얌전하다. 오징어순대는 고슬고슬한 밥알과 쫄깃한 오징어 다리가 씹히는 담백한 맛이다. 여기에 초고추장을 살짝 찍으면 반찬 없이 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오징어에 대한 어원적 풀이는 중국의 옛 문헌에서 두 가지 설이 전한다. 오징어(烏賊魚), 까마귀 도둑이라는 해석과 중국어의 魚卽(어즉)의 卽(즉) 자가 賊(적)으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오징어는 수심 200~300m의 깊은 바다에서 새우, 게,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밤이 되면 20m 정도의 바다 위로 올라온다. 이러한 오징어가 숲에 사는 까마귀와 바다 위에서 만나는 기회는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烏魚卽魚(오어즉어)’, ‘까마귀처럼 검은색의 먹물을 가진 물고기’라는 뜻이 설득력이 있다. 대나무의 줄기가 까마귀처럼 검기에 오죽(烏竹)이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도움 주신 분]

새롬맛집 최금애(여, 육십 대 중반)씨는 며느리와 하루에 700-800개의 오징어순대를 만든다. 가업을 잇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오징어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이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1857?_ga=2.116546246.1351539288.1613098536-477163452.161309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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