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인생이 탈탈 털렸다.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마음대로 움직이던 세상에서 졸지에
한 치 앞도 장담하지 못하는 세상으로
추방되었다.
그 세상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서움에 벌벌 떠는 내가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손 털고 일어서는 나일 것이다.
날마다 무거운 생각들을 덜어내기 위하여
걷고 또 걸었다.
변함없이
지난봄과 똑같이 서 있는,
익숙한 풍경 옆을 지나가면서
긴 숨이 쉬어졌다
.
변함없는 것들,
그 속으로 다시 들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