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의 폭력

by 세필

아직 찾아오려면 한참이나 남은 미래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순간 미래는 현재가 되고 당면한 위협이 된다.
언어는 단정적이다. 텍스트는 즉각적이다. 그래서 폭력적이다.
장밋빛 미래는 현실이 담긴 문장에게 처절하게 강간당해 산산이 부서진다.

그러나 문장에겐 죄가 없다.
그 문장은 그저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나쁜 쪽은 비현실을 꿈꾸던 내 머릿속 장미꽃밭이다.
선명한 장밋빛에 취해 그 아래 도사리는 가시덤불은 미처 보지 못한 내 잘못이다.

고작 그런 문장들에 쪼그라들어 미래를 접어버린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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