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고사장

by 세필

후줄근한 일개 대대가 전장에 들어섰다 정해진 위치에 앉아 무기를 점검한다

무기를 점검하고 작전을 숙지한다 명령을 되새긴다

그래도 부족한지 아예 작전계획서 아니 교범이다 교범을 펼쳐 외운다


시간이 되었다 모두가 떨리는 마음 부여잡으며 최전선에 내몰릴 준비를 한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그들 앞에 펼쳐진 대항군은 얇디얇은 종이책 한 부


진격 나팔은 울렸고 대원들은 일제사격을 한다 시험지는 휙휙 넘어간다 스러진다

그러나 스러진 줄 알았던 적은 금세 일어나 펜촉을 막아낸다

누구는 뚫고 누구는 막힌다


이윽고 전투는 끝났다

대원들은 퇴각 나팔에 자리를 뜬다 시험지들도 방어에 성공해 어딘가로 끌려갔다

모두가 한날한시에 전쟁을 치렀지만 한 달 후에야 알 수 있는 전투 결과

몇십 장의 승전보 나머지는 죄다 패전보다


전쟁의 승자는 없다 모두가 패잔병이다

대대는 패잔병들로 만들었고 전쟁은 패잔병들끼리의 다툼이었으며 내년에도

패잔병들 가운데 패잔병들을 또 그러모아 전쟁을 할 것이다

아무도 지지 않았다 지기만 해서 지지 못했다


나는 탈영병이다 전역증도 받지 않은 탈영병


세상은 전쟁에 참여하라 소리쳤고 나는 총살당하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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