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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향 Oct 21. 2020

믿음의 울타리가 되는 부모

코칭환경 만들기

부모가 코칭이라는 것을 시도해보려면 적절한 코칭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강의를 들은 한 엄마가  다음날 말했다.
“교수님! 아들에게 어제 배운 코칭 질문을 해봤는데 대답도 안 하고, 안 먹히더라고요. 그래서 실패했어요.”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왜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것을 코칭 환경 측면에서 설명해 보려고 한다.

부모가 코칭을 하려면 먼저 코칭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코칭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1. 아이를 지지하며 도와주려는 부모의 의도(intention),
2. 긍정적이고 중립적인 말(language),
3. 수평적 관계(rapport)인 협력적 파트너십(partnership)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을 때 신뢰를 중심으로 하는 코칭 환경이 올바로 조성될 수 있으며 적절한 코칭이 가능해진다.


1. 코칭에서 의도는 ‘누구의’ 의도인지가 중요하다.

보통 엄마가 아이에게 “공부해”라고 말하면 그것은 엄마의 의도이다.
이 말에 아이가 하겠다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엄마는 ‘내가 다 아이를 위해 한 말인데, 아이는 왜 안 따르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순전히 착각이다.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엄마 자신을 위해서 한 말일뿐이다. 엄마니까, 엄마의 책임감 때문에 하는 말이다.
따라서 아이와 대화를 할 때 ‘나는 너의 잠재력을 돕는 사람이야. 너의 성취를 도우려는 마음이야’라는 생각으로 아이와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아이 : 엄마, 나 시험 망쳤어.
엄마 : 에구, 아들 속상하겠구나.
아이 : 응! 내가 공부한 것 말고 엉뚱한   데서 나왔더라고.
엄마 : 그래, 속상했겠다. 다음번에 시험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 문제집을 더 꼼꼼하게 풀어봐야 할 것 같아요.
엄마 : 그래, 좋은 생각이다.

이런 대화는 아이를 돕겠다는 긍정적인 의도로 대화하는 것이다. 부모라면 누구든 아이와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엄마들은 이렇게 대화를 하지 않는다.

아이 : 엄마, 나 시험 망쳤어.
엄마 : 왜?
아이 : 내가 공부한 것 말고 엉뚱한 데서 나왔더라고.
엄마 : 그러니까 엄마가 문제집 풀어보라고 했잖아. 엄마 말 안 듣더니. 내 그럴 줄 알았어. (엄마의 판단과 비난, 훈계가 들어있음. 엄마의 의도)
아이 : 아~ 됐어. (문 쾅 닫고 나가버린다)

이런 경우 아이는 엄마가 진심으로 자신을 돕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의도대로 자신을 통제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아이는 자존심이 상하고 관계는 깨진다.

2. 두 번째 코칭 환경의 기본 전제는 ‘말(language)’이다.

아이와 대화할 때 간결한 언어, 배려, 존중, 중립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엄마가 말을 길게 하면 바로 잔소리, 훈계, 설교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대체 왜 그래. 맨날 쏟고, 맨날 지각하고, 숙제도 제대로 안 하고, 게임만 하고, TV만 보고, 하는 짓마다 다 엉터리고.”

이런 말들은 중립적이지 못한 언어이다. “도대체, 맨날, ~만” 이런 단어를 듣는 순간 모든 긍정적 관계는 깨어진다.

3. 마지막으로, 코칭 환경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한 가지는 ‘관계(rapport)’이다.

 부모와 자녀는 어른과 아이의 관계이다 보니 당연히 수직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 한다.
수직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지시와 훈계, 가르침보다는 함께 생각을 나누고, 지지하고, 서로 협력하는 동반 관계(partnership)를 원한다.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경우도 동반자적 관계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부모는 어떤 부모일까? “나는 너밖에 없어.”“나는 너밖에 몰라.”라고 말하는 부모일 수도 있다. 사실 이러한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동학대이다. 아이에게 지나친 기대로 엄청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는 어떤 부모일까?

“우리 엄마는 나 없이도 행복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이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 독립적이면서 편안하다. 아이에게 멀리를 내다보며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꿈을 가지도록 지지하는 부모여야 한다. 다시 말해 아이와 일관성 있게 지속적인 신뢰 쌓기가 필요하다.
지난 일주일간 아이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보자.

“숙제했니?”, “학원 갔다 왔니?”, “문제집 다 풀었니?”,
“게임 좀 제발 그만해”

이렇게 늘 다그치듯 말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자.
특히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를 바라보면 정말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나 힘들 수 있다. 아이와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관계가 더욱 나빠진다.

중 2 아들이 밤 12시쯤 시작한 게임을 1시쯤 끝나고, 그때부터 숙제한다고 안 자고 있어서 한마디 했다.

“그냥 빨리 자. 내일 등교 수업일이잖아.”
“아니 엄마 숙제를 안 했는데 그냥 자라고요? 엄마의 그런 말이 스트레스 쌓이게 하고 공부하는데 방해가 돼요. 내가 공부를 못하면 다 엄마 때문이야.”

아들의 이런 대답이 좀 어이가 없어서 한바탕 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이는 무엇 때문에 그런 매몰찬 이야기를 나에게 퍼부었을까?’
바로 아들에 대한 신뢰 부족과 인정하기, 공감이 없었던 것이다.

수평적 파트너십이 아니라 수직적 관계에서의 통제 때문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다음부터는 아들이 새벽 3시, 4시에 자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에게 말했다.

“잠을 안 자고 숙제를 해 가겠다는 너의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 ”
“대단한 책임감이다. 야~ 훌륭하네.”라고 아주 간단히 말하고 방을 나온다.
점점 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시간 관리도 잘하고 있다.
인간의 자율적 의지에 대단함을 느끼면서 18년 차 맘 코치의 무색함을 반성해 본다. 오늘도 반성을 거듭하면서 또 한 발짝씩 성장해 나간다.  

아이와 신뢰를 쌓는 것은 부모의 기본적인 관점에 해당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부모코칭 접근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아이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임파워시켜 준다.
- 아이가 모험적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 아이의 강점을 인정하고 강화시켜준다.
- 아이의 노력과 성장을 칭찬한다.
- 아이의 스타일과 강점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돕는다.

부모는 아이가 잠재력을 펼치도록 지지하는 마음, 배려하는 중립적 언어, 협력적 동반 관계를 통해 부모와 자녀는 서로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될 때 부모는 진정으로 믿음의 울타리를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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