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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향 Aug 04. 2021

엄마! 오늘 또 망했어.

부정적 패러다임을 가진 아이와의 코칭대화법


나의 아들은 자주 망했다.라는 표현을 쓴다.


아들: 엄마 오늘 또 망했어요. 정말 망했단 말이야.

엄마: 아니 서윤아! 뭐가 망했다는 거야?

아들: 공부 하나도 못했단 말이야. 숙제 제대로 다 못했어요. 오늘 학원 선생님한테 진짜 혼날 것 같아요. 완전 망했어요.

엄마: 아구 큰일이네. 그럼 지금이라도 빨리 좀 더 해봐

아들: 이미 다 망했는데 뭘 더 해요. 소용없어요.


이런 말을 자주 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느끼는 것이 아이가 왜 저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아이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그 부분에 대해서 나누어 보았다.


엄마: 서윤이는 평소 생각이 깊고, 정말 멋진데 가끔씩 어떤 상황에 대해서는 완전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엄마는 잘 모르겠어.

사실 네가 어릴 적부터 엄마는 코치였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고 어떤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었어. 그런데 서윤이는 부정적인 쪽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낙담하고, 실망해 버리더라고..

어떤 이유로 서윤이가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엄마는 잘 모르겠어.


아들: 나도 모르지요. 내가 왜 그렇게 됐는지요. 엄마! 사실 학원 선생님이 100문제를 풀어오는 숙제를 내줬는데 그중에 20개도 못했단 말이야, 그러니깐 완전 망한 거야.  


사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는 참 요즘 아이들은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아이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엄마: 그럼 서윤이는 망했다는 말을 하는데 엄마 생각을 좀 말해도 되겠니?

아들: 네. 말해 줘요. 내가 어떻게 할지?

엄마: 내 생각에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하면 조금이라도 진도를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

아들: 엄마 그렇지 않아. 어차피 망했는데 좀 더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어.

엄마: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엄마가 예를 하나 들어봐도 좋을까? 만약 누군가가 너한테 100만 원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네가 제대로 일처리를 다 못해서 100만 원 전액을 못 받고 지금 네가 받을 수 있는 것은 1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어. 그러고 지금 좀 더 노력하면 그래도 15만 원이나 2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 그럼 너는 어떻게 할래?

아들: 어차피 100만 원 아니니깐 안 받을래요.

엄마: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엄마는 100만 원이 비록 아니지만 그래도 20만 원도 아까우니 받을 거야. 그래서 망했다고 생각할 때 그래도 남아있는 시간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면 조금씩 더 나아지지 않을까? 엄마는 생각해.


아들: 음... 그렇군. 엄마, 그럼 엄마는 내가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가 생각하는 내 단점 좀 얘기해줄래?


아들은 사뭇 진지하게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해왔다. 그래서 나는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엄마: 서윤이는 착하고, 어릴 때부터도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뛰어나고, 그리고 어떤 사물은 봤을 때 굉장히 호기심이 뛰어나고, 또 만들기도 잘하고, 그리고 협상력이 아주 뛰어난 것 같아. 엄마한테도 널 어떤 것에 대해서 자기의 의견을 잘 표현하고 그런 것들이 서윤이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


아들: 아, 내가 그랬어?

엄마: 그럼 아들이 그렇지.

아들: 그럼 내 단점은 뭔데?

엄마: 음... 서윤이의 단점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일을 살짝 부정적으로 보는 것? 그런 것들이 좀 아쉬운 것 같아. 어떤 것에 대해서 조금 잘 안되면 완전히 망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 바꾼다면 앞으로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의 대화는 잘 끝났고 아이는 “엄마 알았어.”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 오전에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아들 : 엄마, 내가 오늘 오전에는 너무 자기 조절이 잘 된 것 같아요.

엄마 : 어떻게 자기 조절이 잘 된 거야?

아들 : 내가 좀 졸려서 방에 가서 잤는데 ‘한 5분만 자고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내가 5분만 자고 일어났어. 내 스스로 자기 조절이 잘 된 것 같아요.

엄마 : 이야. 대단하다. 그렇게 스스로 조절을 잘하다니.

아들 : 그건 엄마가 어제 한 이야기가 나에게 자극이 많이 돼서 그래요.

엄마 : 진짜? 엄마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아들 : 하하 엄마, 나한테 한 이야기를 기억 못 하는 거예요?

엄마 : 기억은 하지. 그런데 엄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으니깐 그중에 어떤 면이 ‘특별히 아들에게 더욱더 자극이 되었을까?’ 궁금해서 물어 본거야. 아무튼 자기 조절이 잘 되었다고 하니 진짜 잘된 일이다.

아들 : 오늘은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내가 앞으로도 자신 있게 뭘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 고마워요.


아들의 밤 사이에 생각 전환에 나 또한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요즘 아이들이 방학 중에도 이렇게 날마다 공부에 집중하고 특히 학원 숙제에 씨름하면서 힘들어하는 것이 정말 안쓰럽다. 그래도 또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길이니깐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행복하게 해 나가길 바라고 또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낙담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서 스스로 자기의 학습력을 갖추고 주도적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길 바라 본다.  


 그리고 아이들은 학교, 학원, 또래, 교사와의 관계에서 많은 실패감을 맛보고 망했다고도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 아이를 나무라고, ‘왜 미리 하지 그랬니?’라고 핀잔을 주거나 훈계, 설득하기보다는 차분히 아이와 코칭 대화를 나누어 보기 바란다.

또 아이들의 부정적 생각은 아이 나름의 무수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기에 하루아침에 바뀌지지는 않을 것이다. 천천히, 서서히 생각은 바뀐다.


‘낙수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처럼 부모는 기다려주면서 자극과 격려, 피드백을 통해 아이의 생각이 커나가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도록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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