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등학생 정도 되면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길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전학 가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아니 대처한다는 생각보다는 어이가 없어서 아이의 마음은 뒤로 한 채 한 바탕 야단을 치거나 아이의 의견은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참 공부에 몰입해야 되는 시기에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부모 입장에서는 더더욱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아이와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알아보자.
보통 엄마들은 아이가 전학 가겠다고 말하면 아래와 같이 반응하기 십상이다.
< 안 좋은 대화 예시>
아이: 엄마...
엄마: 왜?
아이: 저 있잖아요. 나 전학하고 싶어요.
엄마: 얘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아이:...
엄마: 지금 니가 초딩이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대꾸를 하지.
아이:...
엄마: 들어가서 공부나 해!!
사실 수능을 앞두고,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전학을 가겠다고 하면 이유고 뭐고 다 필요 없을 수 있다.
아이가 안정적으로 학교를 가고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엄마의 최대 지상과제 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아이와의 관계만 해친다.
그럼 이번에는 좀 더 좋은 코칭 대화 예시를 살펴보자.
< 더 좋은 코칭 대화 예시 >
아이: 엄마..
엄마; 왜? 수민아! 엄마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니?
아이:..
엄마: 무슨 일인데 이렇게 어려워하지?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봐.
아이: 엄마 저 전학 가면 안될까요?
엄마: 전학? 갑자기? 무슨 전학?
아이:...
엄마: 잠깐만.. (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수민아!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아이:... 저 그냥... 전학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그래? 전학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구나?
아이: 네.
엄마: 전학 가려고 생각하게 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아이:.. 사실은 공부를 한다고 하는 데 생각보다 성적이 안 올라요. 이제 곧 있으면 3학년이
될 텐데...
엄마: 그래 수민이가 요즘 성적 때문에 고민이 많구나!
아이: 네... 그래서 여기보다 조금 시골로 가면 성적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
이 들었어요, 그리고 특별전형 같은 것도 있다는 말도 들었고..
엄마: 그래? 수민이가 스스로 성적에 대해 염려하면서 좀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이렇게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엄마는 기쁘고 대견하다. 그리고 시험 성적이 엄청 부담스럽구나!
아이: 네. 아 정말 너무 힘들고 공부하는 것이 정말 싫어요.
엄마: 그래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전학 가고 싶을 정도로 힘드는데 수민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어떤 걸까?
아이: 사실 꼭 전학 가야겠다기보다는 공부가 힘들어서 어째야 하나 하는 것 때문이에요. 전학 간다고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엄마: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하면 공부에 대한 부담이 좀 줄어들까?
아이: 그냥 더 열심히 해야지요. 엄마 내가 좀 더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엄마: 그래. 수민이가그렇게 생각했다니 엄마도 마음이 좀 편해지네. 아마 수민이는 잘 해낼 거야. 누구 딸인데. 수민이 파이팅!
이런 코칭 대화를 나누는 것의 핵심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 공감해 주고, 방향을 찾아가도록 질문을 하는 것이다. 앞서 대화처럼 입을 닿아버리게 하는 지시적, 일방적 대화가 아니라...
어떤 분이 나의 코칭 대화법에 댓글을 달았다.
"그런 말은 나도 다 한다."라고...
물론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말 실천하고 마음을 헤아려주느냐의 문제이다. 머릿속으로는이해했어도 실제 실천이 그다지 쉽지는 않다.
코칭 대화법은 바로 체화되어서 운전하듯이 나도 모르게 무의식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전학으로 돌아와서 내용을 살펴보면
아이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구체적인 배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학 가려고 하는 아이는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감과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전학이라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코칭 대화는 쉽지 않다. 호기심을 가지고 아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를 탐색해 볼 때 아이는 부모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자신의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터놓게 된다.
미국의 교육학자 짐 테일러 박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의 90%는 부모로부터 오고, 나머지 모든 영향을 합한 것이 고작 10%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학교나 학원이 아니라 바로 부모다”라고 했다.
즉,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낳아서 부모가 희망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또 나아가 좋은 직장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그들의 재능을 발견해서 그들이 잠재력을 꽃피우며 성장한 후에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이다.
유대인의 율법서이자 아이 교육 지침서인 탈무드(Talmud)에도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이 나와 있다. 탈무드에는 “하나님은 직접 모든 아이들에게 갈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낸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내용은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있어 부모가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교육자임을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욕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가 아닌 몸으로 경청하는 것이다. 나의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경청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유대감과 동시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코칭 팁!
아이의 생각을 귀 기울여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청한 후에 또 경청하고, 또 경청한다.
- 아이의 노력하는 모습, 생각과 고민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하고 축하한다.
어떤 판단이나 선입견도 가자지 않고 온전히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의 말에 대한 긍정적인 의도, 구체적인 배경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차린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아이도 생각하고, 발전하고 싶고, 더욱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귀한 존재임을 믿어야 한다.
“부모가 통제를 풀고 아이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때, 아이를 위한 놀라운 성장의 환경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