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다정의 인연으로 알게 된 독립출판서점 헬로 인디북스에는 푸근한 사장님이 있다. 그녀는 어찌 보면 섬세해 보이고 소심한 면도 있어 보이지만 의외로 시니컬하기도 하며 전체적인 이미지는 편안함으로 둘러싸여 있는 어쩌면 나의 느낌이 맞다면 그런 사람이다.
처음 서점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귀엽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책 '매일의 메일'을 처음 선보인 곳. 이 정도면 어느 만큼 찍으면 되겠다는 사장님의 의견을 참고 삼아 우리는 인쇄량을 결정했었다. 그리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가격도 정했다. 사람을 만나보기 전에 상상해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다정의 이야기를 통해 접한 사장님은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미지를 그려보도록 했다. 곁 머리가 나오도록 질끈 묶은 짧은 머리에 창백한 피부, 마르고 큰 키, 고양이를 좋아하고 통 넓은 바지를 즐겨 입을 것 같다고 생각한 마음속의 무표정한 그녀. 결국 고양이를 좋아한다 한 가지만 맞추었다.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던 '먹구름 모임'에 처음 가보았을 때 그녀를 처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려본모습과는 다르지만 상상보다 좋은 푸근한 첫 만남에 나도 모르게 내 소개를 주절히 주절히 늘어놓았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입 꾹 다물고 있던 나지만 어떤 힘이 이야기들을 끌어내었는지. 어느새 근래에 가장 힘들었던 것 까지도 털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 모임이 끝나고 몇 주 후 나는 다정과 함께 헬로 인디북스 책방을 방문했다.
홍대 골목을 들어서 꼬불꼬불 걸어가니 나오는 작은 책방. 문을 여니 이곳저곳에 책들이 가득 쌓여있다. 사장님의 성격만큼이나 자유분방하게 놓여있는 책들. 그야말로 '책방'이라는 단어를 고스란히 현실로 그려놓은 듯한 모습에 정감을 느끼며 편안하게 책들을 구경했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에코백. 코에 점이 난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집에 잔뜩 있는 에코백을 하나 또 구매하려고 집어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쓴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1'과 얇은 소설책을 골랐다.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2'는 다음 두 번째 방문을 위해서 아껴놓겠다고 생각하면서. 계산을 하는데 그녀는 갑자기 고르지 않은 두 번째의 책까지 같이 포장해주었다. 두 번째 책까지 재미있게 읽어달라면서. 나는 생각지 못한 공짜 책에 너무나도 속이 드러나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반겼다. 하지만 옆에 있는 다정은 어두운 얼굴이었다. 창작자로서 자신의 결과물을 공짜로 준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서점을 나서며 다정은 이 곳 사장님은 올 때마다 너무 많은 것을 준다고 미안해했다.
사람이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여러 번 만나야 마음이 열리고 그 후에야 친절이 나온다. 어쩔 때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친절을 두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상대에게 부담일까 아닐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상대는 당연하게 생각하면 어쩌나. 좋으면 웃고 따뜻하면 드러나는 것이 마음인데 나는 아직도 머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상한 습관으로 삶을 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마음과 겉의 경계가 투명한 사람이었다. 아직 한 번 얼굴을 보았을 뿐인데 나에게도 내어주는 친절에 나는 의아해했다.
나:대게 서점 사장님들은 친한 지인들에게 이렇게 해주지 않나요?
다정:저번 모임에 한 번 봤잖아요.
나:이제 한 번 보았을 뿐이잖아요.
다정:선생님도 이제 지인이에요.
한 번의 만남으로도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 서점 문을 나서자 옆에 놓인 길고양이 집이 유난히 따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