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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Oct 20. 2021

실수에 무뎌진 사람들

내 자신을 가장 의심해야 하는 일

<멕베스> 읽고 단평을 쓰는 과제가 있었다.

마감기한에 맞춰 요일에 제출했다.

오늘 아침에 점수를 확인했다.



내가 제출한 파일을 다시 열어보았다.

제출했어야 할 파일과 이름이 비슷한

다른 파일을 제출해버렸다.

'1점'의 이유를 알고 나니

빠르게 점수를 인정할 수 있었다.

그보다 교수님이 

내가 <멕베스> 읽지 않았다고 생각하실까,

자꾸만 그게 신경 쓰인다.


나는 너 자신을 믿으라는 말보다

'너 자신을 의심하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실수를 달고 살았다.

99%가 재차 확인하지 않아서 벌어진 실수들이다.

버스 번호를 착각해서 15분 거리를 1시간 만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너 자신을 가장 의심해야 한다니까.' 


꼼꼼해지려면 자신을 의심해야 하는 걸까.

'꼼꼼한 성격'은 말이 되지만

'실수하는 성격'은 왜 이상할까.


덜렁대고 빈틈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프레임을 씌운 덕에

1 받았어도 억울함 없이 쉽게 인정할  있었다.

  빠져 깊이 사유한 과정은 

내가 제일  아니까 그걸로 됐었다.

그런데도 남아 있는 불안감을 끄집어 생각해보

남들 눈에는 점수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실수에 무뎌지는 쪽을 택한 것이 

실은 실수가 나를 대변하도록 방치한 것이다.

실수는 친구 관계에서 성격 차이를 겪을 때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실수가 성격이 되어버린 지금, 스스로 자초한 프레임을 벗으려 하루하루 나와의 씨름 중이다.

참회의 글은  글이 마지막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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