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춘천을 갔다.
2박 3일 동안 나비야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이곳을 예약한 건 서재 때문이었다.
나는 춘천역에 도착하여 문을 열었을 때 그 낯선 공기보다도
유명하다던 33년 전통 막국수를 먹었을 때보다도
이 서재에 들어선 순간 진실로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나비야에서는 중고 도서를 가져오면 정가의 5분의 1 금액을 반환해 준다. 책꽂이에는 투숙객들이 가져온 중고책이 가득했다. 손때 묻은 책들을 살폈다.
한 번도 읽지 않은 책
필기한 흔적은 없으나 여러 번 펼친 자국이 있는 책
다들 처음엔 진열대에 놓여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의 표지가 마음에 들었을 테고
내용이나 작가 아니면
나처럼 목차에 이끌려서 집었을 수도.
평생 소장할 마음으로 간직하다가
나비야에 물려주기까지
이 서재도 처음엔 한 권으로 시작했을 거라는
그 생각이 드니까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곳에 도착한 책들이 꼭 나비야에 모인 우리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