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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Sep 24. 2021

"양은 만지면 안돼.
눈으로만 보고 느끼는 거야."


   한 아이가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다. 양에게 돌을 던진 것이 그 이유였다. 아이는 계속해서 돌멩이를 집었다 폈다 했고 엄마는 "너 그거 던지면 엄마 가버릴 거야."라며 화를 냈다.


모든 동물이 성선설을 신봉하게 만들지만 양은 특히 더 그렇다. 이곳 목장에 있는 양들은 손뼉치고 두 팔 벌리면 강아지처럼 품으로 걸어왔다. 그 순한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다양했다. 조심스럽게 털끝 하나 만져보거나 멀찍이서 바라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돌을 던지거나 목을 잡고 늘어지고 올라타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화를 내지 못하는 양은 걸걸한 소리로 울며 사람이 없는 쪽으로 달렸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도망치는 양을 쫓아갔다.


춘천 '해피초원목장'에 있는 양


   호기심이란 악의 없는 무지에 '앎'을 심어주는 건 부모의 역할이다. 어릴 적 잠자리가 날아가지 못하도록 양 날개를 돌멩이로 눌러놓았다고 떠드는 내게 어른들은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내 행동과 그에 대한 반응의 잔인함을 깨달았다. 오은영 박사님의 말을 빌리자면 아이의 잘못을 지적할 때 그 행동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너 그거 던지면 엄마 가버릴거야."라는 말은 돌을 던지면 내가(엄마가) 싫으니 던지지 말라는 뜻이 된다. '양'이라는 생명을 향해 '돌'이라는 물건을 던진 행위, 그 위험성과 경고의 메세지가 누락되었다. 아이는 엄마가 가버리는 게 싫어서 꽉 쥐었던 돌멩이를 버렸다.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여자아이가 나무 아래 쭈그려 앉은 아빠에게 "아빠 저도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라고 말했다. 공손한 말투 때문인지 내 눈에 그 장면이 유독 예쁘게 보였다. 카메라 초첨을 맞추던 아빠가 양에게 다가가는 딸에게 말했다. 

"양은 만지면 안 돼. 눈으로만 보고 느끼는 거야."


그 나긋한 어투에서 언젠가 책방에서 본 <강물처럼 말해요>라는 그림책이 생각났다. 작가가 어릴 때, 말을 잘 못하고 더듬었던 그를 강가로 데려가 아빠는 이렇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너는 강물처럼 말한단다." 

상황도 메세지도 다른 두 가르침에서 같은 온기가 느껴진다. 


내 자식이 양에게 돌을 던지는 장면을 상상했다. 충격은 뒤로하고 부모로서 난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너가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고 싶을 때면 모두가 너처럼 유리한 위치에 있진 않다는 걸 명심해라.1)'라는 말을 아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양은 눈으로만 보고 느끼는 거라고 말해주는, 꼭 만지지 않더라도 교감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저 말에서는 지혜가 느껴진다. 지혜로운 부모란 '아이의 언어'로 분명한 가르침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지혜도 대물림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안타깝게도 내가 물려받은 것들 중에는 없다. 그럼에도 지혜로운 어른이자 부모가 되고 싶어 매일 같이 다른 부모들을 보며 배운다. 계속 이렇게 배우다 보면 내게도 물려줄 지혜가 생기지 않을까. 






1) F.S 피츠제럴드 <위대한 게츠비> 첫문장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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