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한 동물들의 슬픈 진화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것이 모잠비크 내전 기간 동안 무장군이 잔인하게 코끼리를 포획하고 죽인 결과라고 얘기한다. 무장군은 코끼리 상아를 팔아 무기 자금을 마련한다.
코끼리에게 상아는 보호와 공격의 수단이자 땅속에 먹을 음식을 파내고, 무거운 나무를 들어 올리고, 나무껍질을 까는 등 손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온순한 초식동물인 코끼리가 앞으로 더 많이 상아가 없는 채로 태어난다면 먹이 사슬도 파괴될 것이다. 올해 초에 집 텃밭에서 보았던 새끼 뱀을 입에 물고 있는 개구리는 이후에 올 재앙을 예고하는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늘 세상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가졌던 것이 모든 생명체는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지닌 채로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거미에겐 거미줄이 있듯, 염소에겐 뿔이 있듯, 장미에겐 가시가 있듯 말이다. 그래서 상아 없이 '태어나는'이라는 말에 더욱 심장이 내려앉았다.
코로나 발발 이후로 우리는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동물적, 인간적이라는 말을 일삼았지만 과연 동물적이고 인간적이라는 게 뭘까?
인간은 자신의 동물성을 부정하며 마치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인 것처럼 사유하고 착취를 일삼는 종족으로 변질됐다.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정의를 바꿔야 할 것이다. 명석한 두뇌와 잔인한 명령을 내리는 입,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손과 발로 결국 오랜 역사에 걸친 동물의 고유한 유전적 특성까지 바꾸고 있다. 이 행성의 생명체들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변형되어가는 비극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