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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Jan 02. 2022

홍인혜, <고르고 고른 말>

천 개의 말이 가지는 천 개의 고유한 분위기

   '혼자' 외로움이 아닌 사색의 기회로 여기는 , 술을 예술의 재료로 삼는 , 익숙한 말도 계속 읊조리며 고유한 느낌을 파헤치는 , 타인도 나처럼 변화할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를 반성하는   읽는 내내 내가 저자와  디테일하게 닮아있음을 느꼈다.


    저자는 카피라이터, 시인, 만화가라는 언어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을 여럿 가지고 있으나 그녀의 언어는 공과 사의 구분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고르고 고른 >  글들은 모두 삶과 맞닿아 있었고, '삼켰다'라고 표현하게 될 만큼  눈으로 읽고  눈으로 흘리지 않은 글들이 몸속으로 들어와 배출되지 않고 머물러 있다. 말을 관찰하는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고, 이름을 관찰하는 것은 상대와 나를 돌아보는 것과 같다. <고르고 고른 > 읽고 오늘도 무심코 지나친 말들을 괜히 읊조려본다. 


내가 삼킨  


p44

이름을 붙이는 것은 좋은 시도다. 이름이 붙는 순간  특별해지니까. 우리는 스스로 명명한 것을 각별히 사랑하게 되니까.

p49

 말은 고래였다. 불안의 해일에 일렁이는  등을 받쳐 부드럽게 나를 수면으로 올려주는 고래.

p72

존재가 먼저고 호명이 나중일 텐데 어떤 단어는 너무 적절해서 존재에 스타카토를 찍는구나.

p122

'우체통이 외롭게  있다' 같은 문장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체통은 그저  있는 것이지 외로운 것은 우리 자신이라며.

​​

p7

불투명한 우리는 말을 통해 겨우 투명해진다.

   믿을  있는 사람에게 아무리  진심을 말한다 한들 언어가  마음을  퍼센트 반영하진 못한다. 이러한 한계 아래 최대한 나의 심정과 가까운 말을 찾아 헤매고  밖으로 나온 소리가 타인에게 가닿을 ,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겨우' 투명해질  있다.


   저자는 기억에 남는 말들을 희망의 , 격려하는 , 나를 울린 , 인간적인  등으로 정리하였는데, 단어의 느낌을 파헤치는 것만큼이나 나를 통과한 말이 남긴 흔적을  관찰해야 한다고 말하는  같았다. 마치 한때 유행했었던 그날의 일기 주제가 정해져 있는 일기장처럼 저자의 목차를 중심으로 나의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싶었다.  '취기 어린 '이라는 소제목만 보아도 벌써  개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

p183

 개의 말에는  개의 맛이 있고,  개의 식감이 있고,  개의 향기가 있으니까.

    문장을 읽고 천선란 <천 개의 파랑>에서 콜리가 자신에게 입력된  개의 단어에서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을 받은 내용이 생각났다. 말의 고유한 , 식감, 향기는 내가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학습된 것일까. 장미를 떠올리면 다른  장미 보다도 빨간색이 먼저 생각나고, 레드와인과 은은한 캔들의 우아하면서도 고급진 느낌이 난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느낀 것일까, 아니면 일반적으로 빨간 장미와 기념일의 연관성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이러한 애매모호함이 들지 않는 유일한 말은 '이름'  같다. 이름의 고유함은 독보적이다. 그것은  사람의 모습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자신이 만든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 같은 '수빈'이라도 어떤 수빈이는 '' 말하는 동시에 마침표를 찍어야   같은 단호함이 느껴진다면, 다른 수빈이는 '수비니-'라고 길게 늘어뜨려 불러야   같다.  개의 이름은  개가 넘는 분위기를 가진다.



해당 도서는 창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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