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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Apr 02. 2022

'그럴 수 있지.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니까'

이 말만큼 좋은 회피도 없다


'그럴  있지.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온화함을 가져다주는 마법 같은 말이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떠도는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문장 세 가지>에도 이 말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말만큼 좋은 회피도 없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굳이 하지 않고도 이해한다고 느끼고 만족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간혹 깊이 있는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말을 들을 때면 명치에 돌덩이가 놓인  같은 기분과 약간의 속상함이 든다. ​


예를 들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내가 

'어쩌다 결혼정보업체라는  생겨났을까? 그건  사람의 외형만 보고 판단하는  아닌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해서 결혼을 하고 싶은 걸까?'

질문을 쏟아낼 


가만히 듣고 있던 상대가

 '그건 비난할  없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라고 하면  입은 다물어지고 명치에 돌이 얹어진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명제는 인간사 그 어느 상황에서도 들어맞는 당연한 말이다. 다시 말하면 너무 당연한 말이라 반박할 여지를 남겨놓지 않기 때문에 근거가 될 수 없다.


각자 고유한 생각, 가치관, 정체성이 있음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전제로 해야  부분이고, 중요한  '그래서   사람은 그러한 가치관을 갖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는 것이 아닐까.

 질문에 다시 '그럴  있지.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라고 말한다면 말한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동안  명치에 얹혔던 돌덩이들은 이것저것 궁금해하고 분석하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바람이,

상대가 지극히 당연한 말을 근거로 내세우며  생각 회로를 전부 차단시켜버리는  같은 속상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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