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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Apr 30. 2022

두 번째 레오

  우리 옆집에는 레오가 산다. 레오는 구조견으로 유명한 세인트버나드로, 억울해 보이는 표정이 귀여운 아이다. 몸집은 얼마나 큰지 레오 옆에 있으면 골든리트리버인 호두가 중형견으로 보일 정도다. 

  레오는 마당 딸린 주택에서 태어나 주먹만 했던 몸집이 책상만 해질 때까지 그곳의 가족들과 살았다. 어느 날 주인은 자식도 없이 산골에서 혼자 외롭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레오의 목줄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레오는 영문도 모르는 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주인과 살게 되었다. 


  다행히 지인은 레오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우리 가족을 마주칠 때마다 궁금한 것들을 마구 물어보는데, 반려견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그 모습이 꽤나 레오를 행복하게 잘 키우고 싶어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주인은 나름 산책도 자주 시켰는데 아무리 성인 남성이라 할지라도 레오의 힘에 못 이겨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지인은 2일, 3일씩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그럴 때마다 지인은 혹시 레오가 뒷산으로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외출 전에 목줄을 단단히 묶어놓고 밥그릇에 사료를 수북이 부어놓았다. 지인은 왜 산책이 아니라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했을까.     


  어느 날 이틀의 외박 끝에 지인이 집에 돌아왔을 때, 레오는 쥐약을 먹은 쥐를 먹고 미쳐있었다. 레오는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하더니 그동안 자신이 끊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목줄을 끊고 산으로 뛰쳐 올라갔다. 지인은 밤새 산을 뒤지며 레오를 부르다가 썩어가는 나무 앞에서 죽은 레오를 발견했다. 

  레오를 묻고 며칠이 지나도록 지인은 심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혔다.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겪는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듯했다. 자취방에 올라오고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문득 옆집 아저씨가 생각이 나 안부를 여쭤봤다. 엄마는 아저씨가 다시는 개를 못 키울 것 같다며 며칠을 울었다고 했다. 


  레오가 호두랑 친해졌으면 덜 외롭지 않았을까. 옆집 아저씨는 레오와 호두가 싸울까 걱정이 되어 우리집과 옆집 사이에 울타리를 설치했다. 레오는 호두랑 같이 놀고 싶어서 매번 울타리를 넘으려 했지만 몸집이 크고 무거워 실패했다. 그런 레오를 보고 짖는 호두도 레오를 궁금해하는 듯했다. 개가 짖는 소리만 들어도 경계하는지, 친해지고 싶은지 반려견 키우는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다.      

  레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개가 쥐를 잡기는 하지만 먹는 일은 정말 드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특히 떠돌이 개가 아닌 반려개 같은 경우는 더욱, 주인이 외출하기 전에 잔뜩 쌓아놓은 사료의 의미를 레오는 몰랐을 테다. 이틀 치 식량을 한 끼에 다 먹어버린 레오는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굶었다. 목을 꽁꽁 묶고 있는 밧줄은 다행히 마당 중간까지는 갈 수 있을 정도로 길었으나, 레오에겐 열 걸음도 안 된다. 레오는 왜 쥐를 먹었을까.      


  시험이 있어서 계속 자취방에 있다가 엄마 생신이 다가와 한 달 만에 본가를 왔다. 옆집 울타리 위로 처음 보는 레브라도 리트리버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레오처럼 사람을 좋아해서 울타리를 넘어 호두와 인사하려고 난리를 쳤다. 호두도 친해지고 싶은 듯 보였다.      

  옆집 아저씨에게 개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레오라고 했다. 

  

레오가 가고 새로운 레오가 왔다. 두 번째 레오. 몇 번째가 마지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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