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정든 일터 퇴사일기
2년 동안 근무한 학원을 퇴사한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한껏 정들었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썼다. 학원에 안 계시는 분들에겐 메신저로 소식을 전했다. 그 과정에서 밀려오는 모든 감정들이 반가웠다. 이 상황이 안타깝고 섭섭하고 정답고 알뜰한 감정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애틋함'이 가장 좋았다. 일주일에 이틀, 고작 2년 근무했는데도 밀려오는 슬픔에 내가 정이 많은 사람이란 걸 새삼 느꼈다. 작년에 30년 근무한 회사를 퇴임한 아빠가 떠올랐다.
학원은 점점 두꺼워지는 책 같다. 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매일 같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모두와 고유한, 사무친, 바다 표면에서부터 심해를 오가는 말들을 나눴다. 20대 초반에 이러한 곳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틀림없는 행운이었다.
연습실 문을 똑똑 두드리고 편지를 건넸다. 수강생들은 내게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세요.'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해주셨다. 하고 싶은 거.
이들이 이 말을 강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나보다 더 긴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덕분에 하고 싶은 것과 다른 것들 서이에서 갈등할 때면 망설임 없이 전자를 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일터를 사랑하는 건 굉장한 축복이에요."
이제 막 일 년 정도 근무했을 무렵 어떤 분이 학원에 오는 게 삶의 낙이라던 내게 했던 말이다.
마지막 근무 날에 그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쫓으며 내 일터를 사랑할 것이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먼저 사랑해야 다른 사랑들이 다가온다.
비록 공간은 이젠 이곳이 아니라 그곳이 되어버렸지만 다행히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사람들'이다. 양손 가득 편지와 선물을 든채로 퇴근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게 건넨 이들의 환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