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강지나 저)> 책 리뷰
책 소개(알라딘) : 25년 경력의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난한 청소년이 청년이 되면서 처하게 되는 문제, 우리 사회의 교육·노동·복지가 맞물리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탐사한다. 이 책은 가난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해부이자 날카로운 정책 제안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내는지에 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 은유 작가와 장일호 기자가 사려 깊은 추천글을 보탰다.
내 삶을 평균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나보다 더 높은 사람들 더 잘 사는 사람들, 눈에 띄는 사람들을 보며 내심 비교하고 기죽고 우울의 늪에 빠진다. 그러다 보면 내가 가진 걸 보지 못한다. 초라하게 느껴지고 무기력에 빠지기 일쑤다.
우리 동네엔 지역아동센터가 없다. 복지관은 있지만 진짜 불우한 이웃을 위한 건 아니다. 오히려 여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취미 생활 지원에 가깝다. 폐지 줍는 사람도, 노숙자도, 특별한 유해시설도 없다. 눈에 가장 많이 보이는 건 학교, 학원, 아파트, 공원, 마트, 카페이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주변 신도시에 학군이나 집값이 밀릴까 봐 예민하다.
오후에 카페에 가면 영어 유치원 끝나고 부모와 와서 숙제하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아주 조그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것도 못하냐며 머리를 맞으며 공부한다. 의자보다 작은 아이는, 울음을 애써 눌러 참으며 연필을 다시 손에 쥔다. 흐린 눈으로 문제집을 바라보며 아무 내색도 없이 마저 문제를 푼다.
이런 풍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나도 점차 무뎌진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루저가 되는 것 같고, 그저 평범하게 사는 우리가 한 달 한 달 카드값을 메꾸며 살아가는 현실이 비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가. 내가 누군가 보다 더 많이 갖거나 누려야 행복한 건 아니다.
책 속의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족을 넘어서지 못하고 개인의 부족함으로 치부하는 “가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사로 끌어안고 살아간다. 내가 하는 생각과 고민들도 어쩌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일지 모른다. 마치 책 속의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환경 탓인 것처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도와 구조, 개인사를 특별히 구분하기 힘든 하루하루의 인간사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아주 당연한 것에 있을지 모른다.
<가난한 사랑노래>라는 신경림시인의 시가 있다.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은 하나의 상태이지 무엇의 조건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돈과 상관없이 사랑에 빠지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고, 그리움과 울분에 파묻힌다. 그러나 '가난'해서 이런 감정조차 호사가 되어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된다.
시에서도, 책에서도 태어났을 때부터 가난의 굴레에 갇힌 이들의 삶을 울부짖지만 이게 어찌 절대적 빈곤만을 향하겠는가.
풍족한 돈과 사랑과 관심 속에 살아가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 과연 있긴 할까?
그러니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나를 넘어서는 건 나를 뚫고 나가 두려움에 맞서는 것.
너에게 다가가는 것.
너를 진심으로 알아가는 것. 그리하여 우리가 되는 것.
우리가 되어 연대를 이루는 것이 이 땅에서 살아남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간단하고도 진실한 방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