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방충망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 볕뉘가 우리를 살찌운다.
21.10.14 목
“이 햇빛을 받으라!”
날씨가 정말 좋다. 햇볕이 모로 누어 베란다 방충망을 뚫고 쏟아져 들어온다. 가을의 햇볕은 전진밖에 모르는 장군 같다. 드높은 하늘에 구름 배지 달고서 사방을 포위한 채 달려든다. “이 햇빛을 받으라!”
햇빛을 사방으로 움켜쥐려 빨래를 팽팽하게 털어 낸다. 빨래 위로 햇볕이 흘러내린다. 적당히 서늘한 바람이 발 밑을 간질이고, 내린 지 얼마 안 된 따뜻한 커피가 바람결에 식어간다. 바람과 온도가 같아진 커피가 식도를 향해 내려간다. 쌉쌀해진 맛과 탄 향이 코 끝으로 훅 밀려 나온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에 들어오는 볕뉘가 자신을 살렸다고 했다. 봄 볕뉘가 어머님의 자애와 같다고 했다.
오감으로 책을 읽는 시간. 사방으로 온기가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