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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을볕 Aug 15. 2022

[책 리뷰]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책은 고독함, 그 안에서 우리가 만나는 고독함이다.



2022.08.15 



_서지정보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반비, 2021.               



_저자정보     


  작가, 역사가, 활동가. ‘맨스플레인’ 현상을 비판하며 단숨에 동시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로 떠올랐고, 사적인 세계와 정치적 세계를 넘나드는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쓰기로 전 세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구겐하임 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래넌 문학상, 마크 린턴 역사상 등을 받았다.     

  작품으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둠 속의 희망』 『그림자의 강』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이 폐허를 응시하라』 『걷기의 인문학』 『멀고도 가까운』 『마음의 발걸음』 『길 잃기 안내서』 『해방자 신데렐라』 등 총 215종이 있다. (출처: 알라딘)        


                 


_내용요약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이다.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주변의 여러 삶들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마침내 이해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변명하거나 누군가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 혹은 작가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해이다. 저자는 이를 용서이자 사랑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런 따뜻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내밀한 회고록이지만 읽기와 쓰기가 지닌 공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유려하게 웅변하는, 솔닛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이다. (출처 : 알라딘)    



                          

_소감      

    

 1년간 매주 함께 글을 짓고 책을 읽던 작문 공동체가 졸업 후 잠정 방학에 들어갔다. 혼자서 쓰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운지 아는 나로선 다시 시작하는 문 앞에 선 기분이다. 문을 열고 나설 때마다 다시 닫힌 문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조금씩 단단해진다. 이 고독함이 글쓰기의 유익이자 유일한 재능인 것을 안다.  

   

리베카 솔닛은 어머니에게 받은 저주와 통제, 분노와 억울함을 글로 풀었다. 담아내고 절이고 발효시키고 확장해 나간다. 딸이라서 겪은 차별과 부당함을 담담하게 저술한다. 인간은 늘 부당함과 차별 앞에 당도해있다. 어느 부분에서 강자라도 더 많은 부분에서 약자에 속할 때가 잦다. 저자는 아픔이 돌고 돌아 정착하는 인생의 초기,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아픔과 죽음, 퇴화가 결국 새로운 생명의 밑 걸음이 된다 피력한다.      


많은 동화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거기에서 얻은 통찰력을 서술한다. 어렸을 때 무심코 재밌게 읽고 넘어갔던 어렴풋한 내용들이 다시 떠오르며 어디에서도 가난한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깨달음의 기쁨이 있음을 느낀다. 때론 철학적이고 몽상적인 내용들이 잘 이해되지 않고 뜬구름 잡듯 저 멀리 아련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빛나는 문장들이 뭉클하게 다가왔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적어 보내기도 했다. 슬픔과 처연함이 나에게 많이 와닿기에 저자의 삶과 글이 부드럽고 강한 파도처럼 다가왔다. 역시 책은 고독을 깨고 위로하는, 고독함이다.      



                             

_내가 저자라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상처와 아픔을 이렇게 자세하고, 공개적으로 내보일 수 있을까? 사소한 아픔이나 실패도 부끄러움으로 여겨지곤 하는데 저자의 덕목은 이런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김연수 작가는 <소설가의 일>에서 책을 발표하는 것은 대중 앞에 팬티까지 다 내리고 나를 내보이는 수치와 두려움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을 이겨내고 어딘가 나와 깊이 교류할 독자에게 손을 뻗는 것이 정말 위대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립 출판으로 졸업문집을 내고 주위에 몇 사람에게 건넸다. 주면서도, 주고 나서도 심장이 알싸해왔다. 오히려 책이 아닌 겨우 ‘문집’이라는 자괴감과 이런 실패담을 내보여도 될까 하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책을 건넨 이는 내가 신뢰하는 이들이었고 대부분은 긍정의 시그널을 보내왔다. 나는 묻고 그들은 답한다. 그들은 묻고 나는 답한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글을 쓰고 신호를 보낸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흰 종이와 이미 썼다 지운 흰 종이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_공명하는 글 또는 책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를 화두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은유의 글쓰기론이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 고민들, 깨침들에 관한 이야기와 지난 4년간 글쓰기 수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섬세한 변화의 과정을 담았다. 특히 ‘안다는’ 것보다 ‘느끼는’ 것에 굶주린 이들을 위한 글쓰기, 그리고 ‘나’와 ‘삶’의 한계를 뒤흔드는 책 읽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르포와 인터뷰 쓰기’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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