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4시간, 사랑은 직배송

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by 케이론


야구장 티켓이 생겼다.

야구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혹시나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가족 대화방에 올렸다.

“혹시 야구장 갈 사람? 티켓 2장 생겼는데.”

“오! 어디? “

”고척돔이야. 키움 대 두산. “

“오오! 나 갈래!”

주말이면 자주 야구를 보러 가는 둘째 딸이 얼른 손을 들었다. 친구랑 같이 가기로 했단다.

문제는, 그 티켓이 경기장 앞에서만 내가 직접 수령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집에서 고척돔까지는 거의 두 시간이 걸린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이 한마디 한다.

“그거 주려고 거기까지 가? 왕복 4시간이야. 힘들 텐데.”

​딸은 퇴근하고 오면 엄마가 한참 기다려야 할까 봐 미안해했다.

“걱정하지 말고 와. 주변에서 기다릴게.”

고척돔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두 번 환승해야 한다. 1호선으로 갈아타자, 지하로만 달리던 열차 창밖으로 도시들이 지나갔다. 음악을 들으며 지나가는 풍경을 보니 여행이라도 가는 듯했다.

드디어 고척돔에 도착해서 티켓 두 장을 받았다. 딸이 도착하려면 아직 한 시간 반 남짓 기다려야 한다. 근처 상가를 몰라 외야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자, 딸이 말린다.

“아냐, 엄마. 날도 덥고 나 아직 멀었어. 근처 카페 있으니까 거기서 시원한 거 마시고 계세요.”

딸은 카페 위치 지도까지 캡처해서 카페 기프트콘과 함께 보내주었다.


시원하게 기다리면서 글도 쓰고 여유 있게 음악도 들었다. 딸은 퇴근해서 열심히 오고 있는 중이었고 나는 그런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간도 참 좋았다. 금요일 저녁, 야구 좋아하는 딸의 일주일 피로를 풀어줄 무언가를 건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배려하는 딸의 모습에 따뜻했다.

경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부랴부랴 도착한 딸과 만났다.

"재미있게 보고 와."

티켓을 넘겨주고 다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어느새 노란빛의 노을이 지나치는 건물 사이로 반짝반짝 빛났다. 그렇게 다시 두 시간 가까이 되는 길을 되돌아왔다.



누가 봐도 참 비효율적이고 수고스러운 일이었지만 난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딸에게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것, 좋아하는 무언가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이 길 위엔, 내가 건넨 티켓보다 훨씬 더 큰 마음이 실려 있었으니까.

오늘 나는, 왕복 4시간짜리 사랑을 직배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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