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은 세계 최고
막내는 어려서부터 흥이 많았다. 언니들과 나이차이가 크게 나는 늦둥이인 데다, 원래부터 잘 웃고 조잘대는 성격이었다. 덕분에 우리 집엔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음악만 나오면 온몸으로 좋아했다.
“쟤는 누구를 닮아 저리도 흥이 많니?”
친정엄마도 시어머님도 엄마 아빠를 닮지 않은 모습에 신기해하셨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가 오디오를 틀어주면 어떤 음악이든 맞추어 춤을 추었다. 아이가 세 살 되던 무렵, 무한도전에서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라는 방송이 나왔다.
“상간 말고! 헌자 해여! 모든 것이 그대 거에여!“
유재석이 노래한 <압구정 날라리>만 나오면 크게 소리를 지르듯 따라 불렀다. 온몸까지 어찌나 흔들어 대던지 우리 가족은 모두 뒤집어졌다. 그 모습에 신이 난 막내는 더 크게 불러댔다.
어느 크리스마스 전날 밤, 온 가족은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클래식 cd를 샀다면서 오랜만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주었다. 소파에 앉아 놀던 막내가 가만히 귀를 쫑긋 세우더니 총총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가지고 나온 사진 앨범과 리코더 청소막대.
”그걸로 뭐 하려고? “
”엄마, 이거 봐.”
막내는 사진앨범을 바이올린처럼 어깨에 얹고, 리코더 청소막대를 활 삼아 현을 켜듯 앨범을 문질렀다. 아빠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맞추어 표정은 진지했고, 몸은 음악에 흠뻑 젖은 듯 흔들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그럴듯하던지, 우리 모두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았다.
그날의 세 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는 진지하게 연주했다. 그러다 신이 났는지 한참 뛰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심취해서 연주 포즈로 돌아갔다. 조금 지나자 지휘자인 듯 활로 음악에 맞추어 휘두른다. 어찌나 웃기던지 몰래 영상을 찍으면서도 웃음을 삼키느라 혼났다.
지금은 한창 사춘기인 막내가 그렇게 시크할 수가 없다. 가끔 질풍노도 시기의 틱틱댐이 서운할 때 이 영상을 찾아본다. 그래, 그땐 우리에게 정말 많은 웃음과 즐거움을 주었지. 오늘도 이 영상을 보며, 아침을 안 먹겠다고 휙 들어가며 문을 닫는 너를 참는다.
그때의 너처럼, 지금도 음악이든 삶이든 마음껏 흔들리며 자라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