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에도 등대가 있다

by 케이론

​우리 아파트 상가 1층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저녁이면 학원으로 향하던 아이들이 유리창쪽 테이블에 주르륵 앉아 라면이나 삼각김밥을 먹으며 까르르 웃는다. 하나 사면 두 개 주는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오랫동안 머무르기도 한다. 퇴근하던 남편이 네 개에 만 원하는 맥주를 사 오는, 그렇게 도시의 하루가 녹아들어 있는 곳이다.

밤 10시가 지나면 동네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밤이 커튼같이 내려앉은 골목을 걷다 보면, 왠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했다. 그때 유일하게 보이는 건, 언제나 열려있는 편의점의 불빛이다. 노란 불빛 아래에서 누군가 물건을 고르고, 주인아저씨의 움직임이 유리 너머로 소리 없이 반갑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이 확 놓였다.

낮엔 그저 평범한 상가의 한 구석일 뿐이지만, 깊은 밤에는 오로지 그 공간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바다 위의 등대처럼 도시의 편의점도 그렇게 제자리를 지킨다.

늦은 밤 도착한 딸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엄마, 밤에 올 때 딱 저 편의점이 눈에 보이면 왠지 안심이 되더라. 집에 다 왔다는 표시 같아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 가족에게도 그곳은 분명 하나의 등대였다.

등대는 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히고, 편의점은 도시의 사람들에게 밤의 안심을 전해준다. 밝을 때보다 어두울 때 진가는 드러내는 존재다. 작은 빛줄기 하나가, 칠흑 같은 밤에 건너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준다.

얼마 전 외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도 말했다.

“거기서도 편의점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불빛의 모양은 달라도, ’항상 거기에 있다’는 믿음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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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편의점이나 바다의 등대나, 둘 다 같은 곳에서 흔들림 없이 존재하기에 더욱 빛난다. 언제든 돌아오면 있어주겠다는 약속처럼, 조금은 일상을 벗어났다가 돌아올 때 찾아갈 수 있는 표지판 같은 존재.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게도 편의점이나 등대 같은 존재가 있을까. 흔들릴 때 붙잡을 수 있는 사람, 혹은 삶의 방향을 다시 세워주는 문장 하나가 있나.

어둠 속에서 나를 안심시켜 주는 온기 하나, 그것만으로도 다시 하루를 버틸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