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르기 기법은 추가.
연필초상화는 사랑이다. 그리기 위해 한없이 대상을 바라본다. 찬찬히 관찰하고 조금 옮겨 그린다. 그 수많은 반복으로 그림이 완성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본 대상에게 당연히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의 세계는 다르겠지만 그저 아마추어인 나에게는 정말 그랬다.
그리드 기법을 경험한 나는 처음 그림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두 번째 그리드 기법의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근처 박물관에 놀러 가서 막대사탕을 가지고 눈을 가리며 장난치던 아이들의 모습을 골랐다. 그리는 동안 짓궂게 웃고 표정을 지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기분이 좋았던 그림이었다.
그즈음 문지르기 방법도 알게 되었다. 연필로 옅게 음영을 깐다음 마른 물티슈 같은 걸로 문지르며 부드럽게 퍼진다. 그러면서 연필선이 드러나지 않는 부드러운 명암의 그림으로 분위기는 달라진다.
그렇게 완성한 그림.
먼저 그리드로 형태를 대강 잡고 서서히 음영을 표현했다. 진한 부분도 한꺼번이 아니라 차곡차곡 연필선을 쌓았다. 그리고 문지르기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그렇게 쌓을수록 깊이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내 실력도 느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이 그림에 대한 애착이 많다. 아이들의 사이좋았던 귀여운 순간을 포착했던 순간이어서 그때까지 중에서 가장 공들여 그린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지금도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다.
그날, 막내 시누가 놀러 왔다. 그리고 아이들의 그림을 보았다.
“어머, 언니! 넘 잘 그리셨어요? 우리 애도 그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처음 누군가로 향하는 그림선물을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