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어 독서법 강의를 계속 하고 있다. 강의 현장에서 궁금한 것을 물으면, 제일 많은 질문이 “어떻게 하면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겠느냐”라는 거다. “몇 번 시도했지만 어렵다.”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지난 번에도 말했듯 난 6년 전, 3년간 1천 권이란 독서 프로젝트를 마쳤다. 하지만 다시 한번 하라고 하면 난 ‘글쎄요’란 답 밖에 할 수가 없다. 물론 시간이 주어진다면 못 할 일도 아니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 벌여 놓은 일도 많고, 앞으로 내가 한 내 인생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꼭 불행했던 것 만은 아니었다. 사업에 실패해 모든 것을 잃고 인생 나락으로 떨어져 생긴 여유(?)가 날 여기까지 이끌었으니 말이다. 자유롭게 뭘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도망자는 얻은 시간적 자유를 모두 책에 올인할 수 있었다. 3년 1천 권 어찌 보면 참 무식한 짓이긴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은 겪었던 그 치열했던 내 인생 전투의 기록이다.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 세운 내 독서 인생 첫 번째 원칙은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책을 두자는 것이다. 방에는 작던 크던 책장을 두고, 읽었던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꽂아 둔다. 컴퓨터 책상은 조금 큰 것으로 구입해 여분의 공간에 책을 두고 쓴다.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역시 책장을 구비하고, 컴퓨터 옆에는 읽고 있는 책을 쌓아 둔다. 제일의 목표는 책을 늘 상 곁에 두는 것이다.
이후 나는 어딜 가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종이책이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해 전자책은 물론이고, 오디오 북까지 챙긴다. 직업상 손님을 만나는 일이 잦은 나는 잠깐 짬 날 때를 대비해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준비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아까워 오디오 북을 듣고, 유튜브 영상을 듣는다. 조금 독특한 나만의 습관 하나는 차량의 조수석에 읽고 싶은 책이 가득 든 생활 편의점에서 구입한 리빙박스가 실려 있다는 거다.
이후 나는 이 첫 번째 절대 원칙을 열심히 지켜 오고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언제나 책을 두자는 원칙 말이다. 일상에서 책과 거리감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꼭 바꿔보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읽게 된 핵심 노하우 중 첫 번째는 ‘책 곁에 두기’다.
독서 습관은 첫 책을 읽고 두 번째 책에도 손이 가야 성공이다. 나는 글쓰기 강의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쓰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해보니 독서를 시작한다는 것은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패턴과 매우 흡사했다. 지금의 몸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을 하면, 아프거나 쉽게 지치는 것처럼 시작부터 어려운 책을 골라 읽으면, 즐기기도 힘들고 포기도 빠르다.
그런 이유로 전문 트레이너에게 개인 교습을 받으면, 부드럽게 몸 푸는 방법부터 일러주는 거다. 그럼 책 읽기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무리는 금물이다. 처음 읽게 되는 10권 정도의 책은 개인적인 흥미나 재미 위주로 고르고, 완독을 목표로 한다. 경험상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첫 책을 읽고, 두 번째 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우린 그 순간을 극복해 내야 한다. 이후 다행히 독서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게 됐다면, 다양한 장르와 어렵지만 비전 있는 주제를 선정해 도전해 보자. 처음 50권 까지는 ‘탐색 독서’라고 해서 내가 어떤 장르에 관심이 있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찾는 과정이다.
50권의 탐색 독서가 끝나면,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눈 앞에 나타나는 독서 지도를 보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 지를 보여주는. 이때부터 문제는 시간이다. 독서를 위한 1차적인 시간은 대부분 늘 책을 곁에 두면서 해결되지만 2차적인 시간은 거저 얹어지는 법이 없고, 반드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2차적인 시간 확보를 위해 난 다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는 애초에 없던 시간을 만들어 쓰는 ‘확장법’이고, 두 번째는 기존에 있던 시간을 압축해 쓰는 ‘농축법’이다. 예를 들어, 미라클 모닝처럼 잠을 덜 자거나 점심시간, 출퇴근 시간 등을 아껴 책을 읽는 등 당초에 없던 시간을 만들어 내 쓰면 확장법, 같은 시간이라도 책에 깊이 몰입해 읽는다거나 속독법을 배워 빨리 읽는 건 농축법에 해당한다.
확장법과 농축법에 익숙해지면 이후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어 놀라운 경험을 하나 하게 되는데, 뭐랄까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으면 생기는 일종의 ‘브레인 스토밍’ 같은 것이다. 겪어 보면 그저 놀랍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걸 경험한 후 지식과 정보는 꼭 책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우린 알게 된다.
이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온라인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 것인데,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데, 독서 모임을 하는 것보다 혼자 애써서 읽고, 읽은 뒤 미심쩍거나 개운하지 않은 게 있으면 커뮤니티보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찾아 읽어 보는 편이다. 독서모임과 서평을 읽는 목적은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의문과 생각을 가질까 살펴보려는 것이다. 이를 등한시하면 영원히 나는 내 관점에서만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된다.
따라서, 독서모임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기회를 봐 같은 책에 관한 다른 사람의 관점과 생각을 참고해 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기억하자. 독서 모임과 서평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사람의 관점과 의문을 얻으려는 것이다.
3년간 1천 권 독서 프로젝트가 상징하는 것은 매일 책을 읽는 성공적인 삶이다. 독서 프로젝트를 달성하고 나서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하나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젠 책을 다 읽었다가 아니라 내 생각이 비로소 ‘자유’로워졌음을 느꼈다. 자유로워졌음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이때부터는 생각이 마음대로 뛰어 논다. 생각에 틀이 없고 자유롭다. 스스로 장르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종류의 책 읽기를 즐긴다. 생계만 걱정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싶어진다. 진정한 의미의 ‘생각 자유’가 보장되며, 드디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티켓을 손에 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