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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l 11. 2024

주5일 수영을 합니다

 퇴사 이후 가장 큰 변화라면 수영을 시작한 것이다. 5월을 어버이날과 스페인 여행으로 보내고 6월은 주 2회 수업으로, 7월부턴 좀 더 욕심을 부려 주5회 수영강습을 다니고 있다. 화목은 아침 10시, 월수금은 저녁 6시 반인데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을 했다. 지인이 수영은 할수록 느는 운동이라 했는데 그 말이 진짜였다. 한달내 나를 괴롭혔던 왼쪽어깨 통증은 저녁반 선생님의 코칭덕인지 주5일 수영을 하고 오히려 사라졌고 항상 꼴지였던 내가 앞사람을 가로지를만큼 자유형이 빨라지기도 했다.
 
 수영을 배우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YMCA 스포츠단 등록증이 있는걸보니 분명 수영을 배웠었고, 교환학생에서 돌아와서도 핀란드 호숫가를 즐기지 못한 아쉬움에 시간표를 조정해가며 수영을 배웠었다. 놀랍게도 모두 발차기, 숨쉬기를 처음부터 배웠다. 초급반도 아니고 기초반에서 시작해야할만큼 물을 무서워하고 뜨지 않는 몸이었다. 그리고 그때 자유형과 배영을 배웠기에 이번에 두개는 할줄 알아요! 라고 외쳤지만 선생님은 날보더니 또 초급 선생님을 부르며 외쳤다. "선생님, 이분 자유형도 안되세요~"

 그렇게 시작한 초급반 수업. 6월에는 현충일을 제외한 7번 수업을 모두 개근했고, 7월 수업은 오늘까지 월화수목금, 월화수목 총 9번을 갔다. 쓰다보니 이미 6월보다 많이 수영장에 갔군. 시간을 쓴다는건 놀랍다. 호흡이 안되어 25m를 가기위해 수시로 발을 딛어야했던 나는 이제 한번도 안쉬고 그 끝을 찍을 수 있다. 숨쉬기위해 고개를 들어보면 저멀리 앞사람이 아득했는데 이제는 먼저 출발한 앞사람 발에 손이 닿아 멈춰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저 떠있는건지 가고있기는 한건지 헷갈렸던 배영도 천장이 움직이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수영장에선 천장무늬를 보고 나의 위치를 가늠할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새 초급반 선생님은 출발 외 나에게 별말을 하지 않는다. 설명과 교정이 많았던 초반에 비해 가이드만 간단하다. 발차기 해볼께요, 오른팔만해볼께요. 양팔해볼께요!

 수영 얘기를 하다보니 글쓰기를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회사생활이 지겹던 몇년전 100일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처음엔 주제를 택하고 300자 500자되는 한두단락을 채우기 위해 하루종일 고민했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쓰다보니 나중엔 일상생활 중 자연스레 글감이 떠올랐고 12시 마감 30분전 집에 들어와 후다닥 카페에 글을 올리곤 했다. 지금 읽어보면 그렇게 쉽게 쓴 글들이 고민했던 초반글들보다 오히려 더 명료하게 잘 쓴 느낌을 준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많이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워진다. 그 자연스러움이 다른 말로 하면 쉬워진다,가 된다. 수영, 글쓰기가 그런것처럼 삶의 다른 부분에도 적용될 부분일 것이다. 나는 뭘 자연스럽게 (잘) 하고 싶을까. 그게 가장 중요한 고민일 것이다.

스페인 네르하. 이런 넓은 바다와 호수에서 자유로운 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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