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잠잠해서 그런지 오늘 아침 수영 강습은 최고 출석률을 달성했다. 나와 유일하게 진도가 맞아 항상 나란히 서 수영하던 남자 회원님도 2주 만에 얼굴을 봤다. 많은 이야기를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두 달 가까이 함께 수영을 했더니 오랜만에 본 얼굴이 반가웠다. "어쩜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셨어요! 저희 진도를 못 나갔어요!" 웃으며 내가 이야기하자 일이 바빴다며 멋쩍게 웃는다. 회사가 서울 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광교라고 한다. 내가 있는 곳이 서울 서쪽 끝이니 자가용을 이용해도 한 시간은 걸릴 거리다. 2주간 못 온 게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전 한 달 가까이를 한 번도 안 빠진 게 대단한 거였다.
아침 10시 그리고 저녁 6시 수영을 등록하며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직장인은 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오피스 지구가 가깝지도 않고, 아무리 유연근무제를 한다해도 10시나 6시 수영 강습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부들이나 혹은 본인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사장님들만 가능하지 않을까 했다. 물론 주부들이 많긴 하지만 일하시는 분들도 많이 뵌다. 지난주 저녁반 수영에서 나와 함께 개근을 하고 있는 한 회원님을 처음으로 물 밖,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누가 봐도 퇴근길 복장인 그를 보며 "퇴근 후 오신 건가 봐요."라고 물어보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제가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일을 합니다."
띠용. 그의 직업은 뭘까 너무 궁금했지만, 엘리베이터가 금세 도착해 물어볼 새가 없었다. 담에 기회가 되면 꼭 물어봐야지. 그리고 지난번 지나가는 말로 퇴근 후 수영을 다닌다는 다른 여자 회원님에게도 체조시간을 기다리며 슬쩍 물어봤다.
"아 저는 4시 반에 퇴근해요. 7시 반에 출근하고요. 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이게 좋더라고요. 저녁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이번엔 용기를 내 물어봤다.
"혹시 직업을 여쭈어도 될까요?"
"아, 그냥 사무직이에요. 외국계 회사라 본사랑 시간 맞춘다고 이렇게 하더라고요."
세상엔 너무도 다양한 사람, 생활패턴, 일의 방식이 있다. 많지는 않겠지만 나의 수영 라이프도 이런 다양한 조건들을 조합하면 유지될 수도 있겠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일을 하며 수영을 하려면 무조건 새벽 6시 혹은 저녁 8시 강습반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반에서 여전히 수영을 배울 수도 있겠구나 싶다. 출퇴근 시간 조금만 일찍 나가면 전철이 여유롭듯이, 통상적인 기준에서 약간만 틀면 완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7시 반 출근도 쉽지는 않겠지만 4시 반의 퇴근이 주는 여유로운 저녁시간은 어떨까 훨씬 더 상상하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패턴으로 살아간다. 역시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