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반 수영 한 달 차, 오늘의 핵심연습은 자유형 3바퀴 돌기였다. 올림픽 기간이라 그런지 선생님은 우리에겐 초장거리 노선인 150m를 쉬지 않고 도는 미션을 내렸다. 쉬지 말고 돌기가 목표이지만 호흡이 부족해 그것까지는 못하고 섰다 다시 하기를 반복하여 결국 세 바퀴를 해냈다. 항상 마지막 주자인 나는 그 사이 두 명을 제치고 3번째 순서가 되기도 했다. 세 바퀴를 다 돌고 숨을 헉헉거리는데 온몸이 뜨거운 게 느껴졌다. 원래 수영을 할 때 물속에서 땀을 흘리는 거라고 들었는데 정말이구나 싶었다. 차가운 물속에서 얼굴과 몸이 뜨거운 상태는 굉장히 생소한 경험이었다. 이번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은 결승 직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스퍼트에서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비할바가 못되겠지만 오늘의 150m 연습이 나에겐 그런 연습이었다.
지난 수업에서 평영을 하면 자꾸 가라앉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허리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그리고 오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드릴로 유선형 자세로 평영발차기를 하되 고개만 들어 호흡하는 연습을 했다. 호흡을 위해 고개만 살짝 올려야 유선형이 유지되는데 너무 과해져 가슴이 들리면 유선형이 무너져 가라앉을 수밖에 없단 설명이었다. 들으면서도 나 때문에 생긴 드릴이구나 했는데 마지막 주자로 출발하며 선생님이 회원님을 고려하여 수업을 짰다며 파이팅을 해줬다. 감사한 마음에 나도 쌍따봉을 올리고 출발했다. 첫 번째 바퀴는 역시나 가라앉았지만 교정을 받은 후인 두 번째에서는 확실히 몸이 덜 가라앉았다. 혼자서 할 때도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며 분명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어떻게는 따라가는 자유형이나 배영과 달리 평영과 접영은 영 감을 못 잡고 있다. 선생님의 설명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힘들어 멍하니 보고 있으면 선생님은 "회원님도 할 수 있어요!"를 외쳐준다.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예시동작과는 한참 먼 것 같은 내 동작을 느끼면, 특히 모두가 마지막 주자인 나를 볼 수 있는 즈음이 되면 동작이 더욱 안 나온다. 느리기까지 한 나는 그 순간이 괜히 부끄럽고 나 때문에 수업이 지연되는 것 같아 더욱 초초하다.
수업 후 "평영과 접영이 너무 어려워요."라고 하니, 나를 또 토닥이는 선생님.
"지금 회원님은 마치 춤을 배우는데 0.5배속으로 동작이 뭐가 있는지 익히는 단계예요. 1배속 당연히 어렵고 춤선이 예쁘기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죠. 한 달 만에 이 정도도 정말 잘하고 계시는 겁니다. "
수영수업을 복기하다 보니 수영선생님은 극한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못하는 회원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고 칭찬까지 끌어내 힘을 줬어야 하니. 그래도 어쩌리. 몸이 그만큼 안 따라와 주는 수린이인 것을. 용기를 주려는 좋은 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정진해야겠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수린이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