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사랑 말고도 다른 소중한 것들도 다시 찾게 되었다.
10년 전 교환학생 시절 만난 독일인 친구 카타리나와 다시 연락이 닿게 된 것이다.
나보다 세 살 정도 많은 나이였던 카타리나는 시끄럽거나 으스대지 않았지만 언제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친구였다.
친절하고 따듯한 성품을 가진 그녀는 혼자서 핀란드어 수업을 들으러 온 나를 챙겨주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우리는 종종 함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언어를 넘어서 서로를 참 좋아하는 친구 사이가 됐다.
핀란드 교환학생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독일의 그녀의 집에 들러 1주일을 보내며 독일 여행을 했었고 내가 한국에 돌아오고 한 달 뒤쯤 카타리나 역시 한국을 방문했었다.
독일 집을 방문했을 때, 동생이 한 소희와의 우정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forever 이라고 답했다는 말을 전하며 웃던 카타리나의 미소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 이후 연락은 쉽지 않았다.
메신저나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의 영어는 점점 짧아졌고 교환학생 이후 유럽땅을 밟은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얼굴을 보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 재작년 연말 새해가 되면 통화를 한번 하자는 약속은 영문을 모른 채 지켜지지 않았고 그 이후 두어 달이 지나기까지 별다른 답장도 오지 않아 나는 그저 이렇게 인연이 끝난 줄만 알았다.
약간의 서운함이 있었지만 지구 반대편 친구가 나의 메신저에 답장을 안 하는 것에는 곧 담담해졌다. 연락이 이어지는 게 대단한 거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한국에서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던 것 같다. 아주 가끔 '그런 친구가 내 삶의 한 부분에 존재했었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기억 속에 묻어두었었다.
그러던 중, 브런치 글에 첨부할 그 시절 사진을 찾기 위해 정말 오래간만에 페이스북에 접속했고 그곳에서 나는 정말 예상외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Sohee!!
정말 감사하게도 그녀가 나를 불러준 덕에 나는 다시금 친구를 찾았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소중한 인연을 내가 스스로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