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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l 30. 2023

#. 브런치가 연결해 준 소중한 인연

엄마의 이메일을 어떤 형태로던 엮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핀란드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채 어느덧 시간이 가버렸고 그 사이 난 30대 직장인이 돼버렸다.

한동안 이 편지들을 잊고 살았다. 이 편지들만 잊고 산건 아니었다.

바쁜 삶 속에서 과거의 소중한 인연들과 기억들도 어딘가에 묻은 채로 살았다.


놀랍게도 이 메일들을 다시 열어보고 브런치에 올리는 것까지를 실천하며

나는 엄마의 사랑 말고도 다른 소중한 것들도 다시 찾게 되었다. 

10년 전 교환학생 시절 만난 독일인 친구 카타리나와 다시 연락이 닿게 된 것이다. 


나보다 세 살 정도 많은 나이였던 카타리나는 시끄럽거나 으스대지 않았지만 언제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친구였다. 

친절하고 따듯한 성품을 가진 그녀는 혼자서 핀란드어 수업을 들으러 온 나를 챙겨주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우리는 종종 함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언어를 넘어서 서로를 참 좋아하는 친구 사이가 됐다. 


핀란드 교환학생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독일의 그녀의 집에 들러 1주일을 보내며 독일 여행을 했었고 내가 한국에 돌아오고 한 달 뒤쯤 카타리나 역시 한국을 방문했었다. 

독일 집을 방문했을 때, 동생이 한 소희와의 우정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forever 이라고 답했다는 말을 전하며 웃던 카타리나의 미소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 이후 연락은 쉽지 않았다. 

메신저나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의 영어는 점점 짧아졌고 교환학생 이후 유럽땅을 밟은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얼굴을 보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 재작년 연말 새해가 되면 통화를 한번 하자는 약속은 영문을 모른 채 지켜지지 않았고 그 이후 두어 달이 지나기까지 별다른 답장도 오지 않아 나는 그저 이렇게 인연이 끝난 줄만 알았다. 


약간의 서운함이 있었지만 지구 반대편 친구가 나의 메신저에 답장을 안 하는 것에는 곧 담담해졌다. 연락이 이어지는 게 대단한 거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한국에서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던 것 같다. 아주 가끔 '그런 친구가 내 삶의 한 부분에 존재했었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기억 속에 묻어두었었다. 


그러던 중, 브런치 글에 첨부할 그 시절 사진을 찾기 위해 정말 오래간만에 페이스북에 접속했고 그곳에서 나는 정말 예상외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Sohee!!

 

그제야 알게 되었다.

유럽에 있는 나의 친구가 마지막 메신저 이후에도 몇 번이나 나의 이름을 메신저 창에다 외쳤다는 것을.

하지만 그 사이, 나는 휴대폰을 바꿨고 그 사이 메신저 어플을 깔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내 메시지에 답하지 못했다며 미안함을 전하고 있었다.


나도 용기를 내어 메신저에 그녀를 불러봤다. 

벌써 2년이나 되었고 페이스북이 시들해진지도 꽤 된 터라 과연 답변이 올까 걱정스러웠다.

다음날 아침 나는 너무도 반가운 답변을 받았다.


Sohee!!


그녀와 나의 시차는 무려 7시간이나 되고, 답장을 한번 주고받는 데는 거의 만 하루가 걸렸다.

그리고 연락이 닿지 않은 2년 사이에 그녀에게는 딸이 생겼다고 한다. 

사랑스러운 Amilea. 카타리나의 예쁜 웃음을 꼭 닮았다.


다음 주말 나는 그녀와 정말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녀가 나를 불러준 덕에 나는 다시금 친구를 찾았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소중한 인연을 내가 스스로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엄마의 편지를 브런치에 올리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축복받는 사람인지 깨닫는다.

나는 참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같은 나라에 있으면서도 쉽지 않은 이런 인연을 이어준 카타리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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