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시작한 지 만 6개월이 넘었다. 2번째 달부터 주 5일 수영을 시작했으니 따져보니 6개월간 120시간 정도는 수영을 한 셈이다. 그 사이에 나는 초급반 꼴찌에서 오전 초급반 1번은 물론 오후 중급반에서도 앞쪽에 서는 사람이 됐다. 물론 여전히 호흡은 가쁘고, 접영은 첨벙 대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다. 초급반 어머니들은 어쩜 그렇게 수영이 많이 늘었냐며 '참 잘한다, 젊어서 확실히 달라'라고 말씀하신다. 부끄러운 듯 웃어넘기고 말지만, 지난주에는 수영이 빨리 늘게 된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봤다. 물론 자주 해서(결석 없는 주 5회), 젊어서(내 나이 서른 초반) 일 수도 있겠지만 수영을 잘하기 위해서, 사실 뭐든 잘하는 방법은 잘하는 사람을 잘 보고 이를 최대한 똑같이 따라 해 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수영으로 따지면 선생님이 설명하는 설명, 선보이는 시범을 잘 관찰하고 이를 가능한 모사해 보는 것. 나는 선생님의 손끝, 발끝, 어깨 움직임, 타이밍 등을 열심히 본다. 그리고 모르겠으면 물어본다. 다행히 우리 수영선생님은 질문에 너그러우신 편이고 답변도 친절하고 상세하다. 그렇게 한 번 정리 후 같은 동작, 두 번째 바퀴를 연습하면 아주 미묘한 차이더라도 좀 더 빨라지거나, 똑바로 가거나, 최소한 내 스스로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다들 열심히 하고, 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똑같겠지만 그런 작은 차이가 모여 점점 실력이 느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예전에 중국어를 배울 때도 비슷하게 접근했었다. 처음 발음 기호를 배울 때, 선생님 입모양만 열심히 쳐다보고 그걸 똑같이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 나를 선생님이 약간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덕분인지 중국어 발음이 좋단 평을 받았었다.
무엇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예시를 찾고 이를 잘 모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본인이 닮고 싶은 예시를, 롤모델을 잘못 설정한 게 아닌가 싶다.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니.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대통령이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정우성이 멋있어서 계엄령을 해본 것이라 이야기한다. 보통의 사람들과 아주 다른 생각회로를 갖고 있는 그 자는 아마 그 영화를 보면서도 황정민이 멋있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자기 말이 다 맞아야 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종북좌파세력이라 몰아세우며 체포를 명령했다는 그의 발표는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이런 인간이 대한민국의 대표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서글펐다. 그리고 어제 국회에서 진행된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 과정 전체를 라이브로 보며 국민의 힘 정당의 비겁한 행동에 다시 한번 탄식을 감출 수 없었다.
정치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지만, 정치가 내 삶에, 내 주변인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요즘 많이 느낀다. 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엔 여의도 증권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6개월 전 입사했던 내 지인이 그 대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0여 년째 꽃장사를 하시는 우리 부모님 그리고 주변 어른들은 이렇게 경기가 없기는 처음이란 이야기를 하신다. 환율과 물가는 치솟고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져만 간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란 사람이 본인 마음대로 안된다고 군대로 나라를 통제하겠다는 계엄령을 발동하고 여당은 그런 사람이 계속해서 국정운영을 하도록 놔둘 수 있게 하다니. 심지어 국민이 위임한 투표권을 아예 행사하지도 않는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 그 모습을 TV로 보고 있으며 엄청난 피로감과 실망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좌절감에 이어 보일러를 킨 집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내 스스로가 부끄러운 것은 아닌지까지 생각해 보게 됐다.
민주화, 민주화 운동, 민주공화국. 많은 이들의 목숨이 사라질 만큼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얻어낸 결과물이란 사실을 책을 통해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금의 사태를 보며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친다.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말을 다시 새기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하는 일들을 하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오늘을 잊지 않겠다. 국민이 이들을 심판할 수 있는 순간, 나의 의무를 반드시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