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올해 읽은 책들에 대해 쓴 글을 보았다. 그 친구는 올해 오십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최근 두어 달 책을 안 읽던 난 뜨끔해져서 올해 읽은 책들을 되새겨보았다. 밀리의 서재 앱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 덕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 돌아보기가 쉬웠다. 찾아보니 올해 8권의 책을 읽었다.
1. 로마인 이야기 4권
2. 로마인 이야기 5권
로마인 이야기를 작년부터 쭉 읽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이탈리아가 신혼여행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로마는 책 속에서 만난 그 시기가 역사상 로마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였다. 물론 판테온이나 콜로세움 같이 놀라운 건축물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는 영광을 뒤로하고 낡고 바랬다. 좋은 지도자의 유무가 나라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예시다. 그 후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 그 번성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 흥미가 떨어졌고,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를 끊고 난 후 오히려 다른 책들을 읽게 되었다. 그래도 덕분에 포로로마노의 번성했던 로마 흔적들을 보고,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라는 아피아 가도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경험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3. 어떻게 살 것인가
부동산 위기로 대한민국이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진지한 두려움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아직은 쓰러지지 않고 있는 시장이라 다행이다.
4. 보편의 언어
<언어의 온도>는 읽지 않았지만 이기주 작가라는 이름은 익숙해 읽게 된 책이다. 따듯하고 마음의 위안을 주는 책을 읽고 싶어 펼쳤는데 명성에 비해 책이 가볍단 느낌을 받았다.
5.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6.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2
J는 나에게 쉬는 동안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단 조언을 자주 했다. 그저 귓바퀴를 스쳐 지나갈 때가 많았지만 어느 날은 나를 움직이게도 했던 그 조언 덕에 읽게 된 논어다.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써진 책인 만큼 조금 더 쉽게 논어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옛날 말씀에 아직까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걸 보며, '세상의 이치란 게 이런 거구나'란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도 수많은 이들이 삶의 지표로 삼을 만큼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읽으며 나도 10년 뒤 커리어의 목표를 '군자불기', '안티프래질형 인간'이라고 정하게 된 계기였기도 하다.
7.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올해의 키워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탁월함'에 대한 고민 중에 읽게 된 책이다.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란 광고에 이끌려보게 되었는데 마치 논문처럼 수많은 철학자나 작가들의 이론을 참고문헌으로 따라 읽어야 해서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젊은 시절 완벽주의, 성취주의,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던 무수한 현인들이 결국 인생이 무르익을수록 평범함과 소소함, 자기만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이야기를 아주 많은 이들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지금의 내 삶이 괜찮고 훌륭하다고 이야기해 주는 책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치열하게 살아본 이들이 인생의 끝자락에 트로피처럼 얻는 그 만족감을, 나는 해보지도 않고 그저 풀썩 주저앉아 이게 맞는 거래라고 하면서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닐지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8. E=mc²
J가 읽는 걸 보고 따라 읽은 책이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봤고 학창 시절에 배웠을 공식이지만서도 이해도가 0이던 저 유명한 공식에 대해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다. 세상에 수많은 과학자들 중에서도 왜 아인슈타인이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지도 드디어 알게 됐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질서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읽어내고 정리해 냈다. 그것도 단 5개의 요소가 담긴 짧은 수식으로. 그의 목표는 언제나 신이 우주를 창조할 때 의도한 것이 무엇이 이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앞서 논어에서 나온 세상의 이치를 발견해 저 한 공식으로 설명해 낸 것이다. 아인슈타인 말고도 그 발견과 관련한 다양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역시 세상은 1%의 천재들이 바꾸는 거는구나란 생각도 했다. 장대한 발견을 했음에도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의 총명함과 날카로움을 그리워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무위의 젊은 날을 보내는 내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세상을 바꾼 엄청난 업적과는 별개로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삶들을 보며 '어떻게 사는게 좋은 삶인가'란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시간이 넘치던 2024년인데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내년엔 양서를 좀 더 많이 읽으리라 다짐해본다.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책들도 적어본다. 아직 2024년이 열흘쯤 남아있다. 그 스타트를 조금 일찍 끊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