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 2차 시험 후기
2차 시험을 준비하며 1차 때 만큼이나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했다. 사실 시험을 보고난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그래도 이번엔 시험장을 가는게 의미없단 생각까진 안했다는게 나름의 진전이다. 백지를 내고 오면 어떡하지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시험장에 가지 말아야하나란 생각까지는 안 들었으니까.
시험날 당일 아침, 30분정도 일찍간 시험장엔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 결시가 좀 있을꺼라고 예상했는데, 입실마감 때 보니 내가 친 고사장 기준 20명 정원에 단 2명만 결시를 했다. 다들 나와 같은 상황이라 공부가 부족해 시험장에 안 나타날줄 알있는데, 이렇게들 자신감이 있단말야? 라는 생각에 기가 살짝 죽었다.
감독관이 들어와 시험관련 안내를 하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행정사 2차 시험은 1교시 2과목 당 100분으로 구성되고 총 4과목 2교시 200분간 시험을 본다. 매일매일 공부를 하긴 했지만 시간투자를 많이 한 것은 아니어서, 논술서술형인 이번 시험을 준비하며 나는 시간절감을 위해 한번의 모의고사도 없이 시험을 치는 묘수를 두었다.
그래도 기출문제를 워드로 필사하며 정리해둔게 도움이 많이 됐다. 주 강의 외에도 민법과 행정심판법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둔 어떤 친절한 행정사님의 블로그도 감사한 자료였다. 직접 써본적이 없어서 감이 없었는데, 20점 문제 하나당 1~1.5페이지 정도를 쓰면 된다고 하던 강사님의 말처럼 주어진 100분 안에 머릿속 기억을 더듬고 약간의 소설을 가미해 과목당 평균 6페이지 정도씩을 적어냈다. 핵심서브노트와 두문자집을 외우기도 했지만, 그런 암기에 잼병인 나는 정의, 요건, 효과 등을 나누어 적지않고 내가 이해한 바를 두리뭉실하게 적어 냈는데, 그게 채점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다.
시험을 보면서는 그래도 50점은 받을만큼은 써냈다고 생각했지만, 끝난 후 시험 총평이나 예시 답안 등을 보니 판례를 잘 몰라 논점은 맞았으나 결론이 틀린 부분도 많고 무엇보다 나의 두리뭉실 권법이 얼마나 인정받을지 자신이 없다. 나름 최선이었지만, 이 시험에서 요구되는 바는 보다 정확한 기억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험결과는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온다. 강의등록을 한 날짜를 찾아보니 1월 21일이다. 약 8개월간 공부를 했다. 합숙교육 등으로 빼먹은 날들도 있었으니 실질적으로 약 7개월정도 공부를 한것 같다. 서류는 자꾸 떨어지고,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던 시절, POC 를 찾아보다 그 일을 하던 어떤분이 행정사 시험을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고 무작정 저 시험 준비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시험준비를 시작한지 한달여만에 취업에 성공했고 공부가 소홀해졌었다. 시험장에서 머리속이 하얗기만 할 것만 같아 1차 시험 치기가 미치도록 싫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어찌어찌 1차를 쳤고 나름 가뿐히? (60점 이상 통과인데 내 점수는 66.6점) 통과하고 2차 시험 준비를 시작했었다. 이런 논술시험은 정말 너무도 오랜만이라, 이걸 쓸 수 있을까 까마득했는데 시험장에서는 볼펜을 얹은 손가락이 빨개질 때까지 답안지를 빼곡 적고 나왔다.
200분 논술을 어찌 적어,라고 생각했는데, 또 지나고 보니 그렇게 겁낼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걸 내년에 다시 봐야한다면 말이 좀 달라진다. 난 이제 이제 연수교육을 언제 받을지 고민하고 싶지 사무관리론을 더 외우고 싶지 않다. 매일매일의 꾸준함이 내 머릿속에 넣어준 그 지식들과 내가 만든 문장들이 채점관들의 마음을 딱 60점만큼만 만족시켰으면 좋겠다. 이런 간절함이 생기는 걸 보니 작년에 성취 후에 오는 허무함과 담담함의 이유를 고민하던게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성취가 나에게 너무 확실해 보여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잡힐지 안잡힐지 모르는 것을 성취하면 그건 허무보단 짜릿에 가깝게 된다. 1차 시험지의 가채점을 못참고 주차장에서 라이트를 켜놓고 채점하며 소리를 지른 내가 그랬다.
어쩌면 나는 작은 노력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들만 시도하고 또 그 성취가 주는 만족감이 왜이렇게 적지라고 생각했던게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이번 시험은 내가 주로 하던 일상의 성취보단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어야 성취가 가능하다. 보통 내가 100점을 목표로 공부를 했다면 이번 시험의 경우 100점 만점에서 60점 넘기기를 목표로 하는 시험이었고, 내 느낌에 나는 50점 정도의 공부를 한 것 같다. 그러니 지금 마음이 두근두근할수밖에.
이미 답안지는 제출되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올해 남은 3개월은 나의 놀이 경험치의 확장과 심화에 힘을 쏟겠다. 행복 압정의 개수를 늘리고 날카롭게 갈아내는 것이 목표다. 당장 다음주 추석연휴에는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러간다. 8개월간 고생한 나에게, 앞으로 인생을 더 폭넓은 시야로 보고 즐기며 살라는 선물이다. 글도 좀 더 쓰려고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때 다시 읽은 글들에 내 스스로 위로를 받을 때가 있었다. 적금통장같은 나의 브런치에, 올해 남은 시간을 좀 더 예치하고 이자를 더 많이 받아야겠다.
벌써 2025년도 4Q, 완연한 하반기다. 그래도 빼곡히 적어 낸 답안지가 나의 지난 8개월의 노력을 보여주는 흔적처럼 느껴진다. 그 흔적이 트로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