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연말, 2026 새해를 맞이하며

by heeso

11년 전, 교환학생을 마치고 독일 여행을 할 때. 스투트가르트 대학 기숙사에서 2015년 새해를 기다리던 게 생각이 난다. 어젯밤 잠들기 전, 문득 그날을 떠올렸는데 당시 나도, J도 다른 사람과 함께였기에, 우리가 안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란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나는 J가 나를 안 만났더라도 그녀와 헤어졌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의 생각은 달랐다.

" 모르지, 너를 만나서 너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것 같아. 그렇지 않았다면 그 세상이 다인 줄 알고 여전히 살았을지도."

짧은 한 줄이었지만 자꾸 곱씹게 됐다.

그렇다. 우리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산다. 내가 속한 집단,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나의 생활반경 안에서 그게 당연한 줄 알고, 그렇지 않은 삶은 아주 예외적이라 생각하며. 그래서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면, 만나는 사람들을 바꿔야 한단 말이 있나 보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면 그 사람이 가진 배경, 경험, 생각이 같이 오니까. 그리고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새로운 장소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올 한 해 여러모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8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평일 낮시간의 커뮤니티에 들어가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분야 새로운 직장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일상 외에도 새로운 경험으로 나를 확장하길 주저하지 않은 한 해였다. 행정사 시험, 13권의 책, 스쿠버 다이빙, 색다른 문화생활, 처음으로 발을 딛여보는 장소들. 새로운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거기서 또 확장되는 네트워크로 온 한 해가 정리된다.


2025년 한 해를 잘 살았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성취하지 못한 것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좋은 게 더 많은 해였던 것으로. 2026 신년에는 나의 평생의 숙제인, 삶이 다 좋은데 일이 아쉬워, 를 해결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비투스 개념을 통해 보니 이건 내가 일에 있어 주도권을 갖추지 못했다고 느끼기에 느끼는 감정이라 한다. 그런 면에서 2026년은 좀 더 주도권을 갖춘 삶이 되길 바란다. 그 방법은 아마 몰입일 것이다. 2026 년 말에 한 해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할 수 있기를. 새해 소망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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