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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Sep 18. 2023

튀르키예 나한테 왜그래~~~

튀르키예 여행기 ① 위기

 지난주 튀르키예에 다녀왔다. 3월에 비행기를 잡아놓고, 아주 먼 여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흘러 어느새 튀르키예 여행도 과거가 됐다. 이번 여행은 내가 여태껏 했던 그 어떤 여행보다도 이벤트가 많은 여행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와 같은 일을 겪을 누군가를 위해, 나의 추억(?) 저장을 위해 글로 그 위기들을 남겨본다. 




1. 떠나기 전날 밤, 갑작스런 호텔 취소


 시작은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오버부킹으로 숙소예약을 캔슬해야한다는 이스탄불 호텔측에 연락을 받고서였다. 짐을 싸다가 이메일을 확인하고 멘붕에 빠졌다. 호텔 취소를 해달라는 요청 말고는 다른 그 어떤 대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메신저 확인도 느려서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제대로 된 답이 오지 않았다. 아고다에 전화했지만 고객센터 운영시간도 아니었다. 메신저로 아고다측에 상황전달을 하자, 답장에 2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장 내일 아침 일찍 공항에 가야했기에 잠을 잤지만 아침알람이 울리자마자 노트북을 켜 확인해보니 오버부킹으로 해당 숙소에서 숙박이 어려우며 인근에 비슷한 가격에 퀄리티가 한참 떨어지는 숙소를 대신 예약하라는 메신저가 왔다. 열이 뻗혔지만 여차저차 공항에 갔고 몇번의 통화 끝에 예약한 금액만큼의 한도까지는 아고다에서 배상을 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타기 직전 극적 타결된 보상안에 안심하고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힘든 일이라 생각하며 글을 적었었다. 하지만 그건 이번 여행의 다사다난을 알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일단 나는 예약한 금액에 두배 한도 내에서도 만족할만한 룸을 찾지 못했다. 생각보다 비싼 이스탄불 숙소가격에, 앞서 가성비 숙소를 예약했었던 나는 그래도 마지막날은 좋은 곳에서 묵어보면 어떻냐는 J의 말에 동의해 보스포러스 해협이 보이는 테라스가 딸린 준스위트급 방을 1박 예약했었다. 예약 당시에도 좀 머뭇거려지는 가격 때문에 열심히 서칭을 하다가 타임세일급으로 좀 저렴하게 나온 방을 간신히 예약했던 건이어서 그런지, 일단 비슷한 컨디션의 방 자체가 없었고, 체크인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값은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그냥 포기하고 아무데서나 잔다면야 잘 곳이 없었겠냐만는, 예약시 분명히 해당 호텔에 하나밖에 없을수밖에 없는 방이 같은 날 다른 사이트에서 여전히 팔리고 있는 걸 보면서 예약컨펌을 단단히 확인했었고, 출발 전날 갑자기 왓썹 아이디를 물어보는 호텔측의 메신저에 뭐가 불안함을 느꼈던 것, 거기에 시차적응이 안되서 새벽 2시에 깨서 호텔을 찾아봐야만 했던 상황이 모여 나는 점점 반드시 이 모든 것을 보상할 수 있는 좋은 방에서 자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불태웠다. 그러던 와중에 정상 예약이었던 다른 방까지 예약 컨펌 상태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예약 확인중으로 상태가 변경되자 나는 완전히 폭발해버렸고 튀르키예시간으로 새벽 4시에 아고다에 강력히 컴플레인을 요청해 결국 250달러까지 보상안을 인상받았다. 


그리고 결국 이스탄불에서 꼭 한번은 묵어봐야한다는 포시즌..은 아니고 이와 동급은 5성급 물라호텔의 오션뷰 룸을 예약했고 여차저차하여 결국은 룸 업그레이드를 받아 터키식 사우나가 달린 무척이나 호사스러운 방에서 묶었으니, 결론적으로는 해피엔딩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정말로 그 때 받았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그건 정말 아니 겪는게 좋을 일이다.


내사랑, 물라호텔. 네가 아니었다면 난 이번 여행을 이렇게 아름답게 기억할 수 없었을꺼야.




2. 도로 한복판에 갇히다.


호텔문제가 채 해결되지 전에, 카파도키아에서는 퇴근길 러시아워에 도로 중간에서 차가 멈추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렌트카를 빌리기 되면 수동차가 기본인데, 처음엔 괜찮던 차가 기어가 뻑뻑해지더니, 신호 정차중 다시 출발하려고 하자 기어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 놓였다. 뒤에서 차는 빵빵거리지, J는 땀을 뻘뻘 흘리며 뭐든 해보려 했지만 전혀 말을 안듣는다고 했다. 다행히 1차선 도로는 아니었어서 차들이 옆으로 비켜갈수는 있었지만 옆차로로 돌아가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아마 욕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삿대질을 받으며 급하게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허둥지둥 설명했던 그 순간이 생각난다. 작은 렌터카 회사 사장님은 친절했지만 영어에 익숙치 않았고 나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 허둥지둥대다가 J가 간신히 시동을 걸었다. 된거야? 물어보니 2단에서만 시동이 걸린다고 한다. 다행히 다시 움직일수 있게 된후에 우리는 8시까지 렌터카 회사로 가겠다고 하고 시속 20km로 남은 거리를 덜덜거리며 달렸다. 그 와중에 갑자기 온 폭우에, 가로등 없는 카파도키아의 밤 고속도로 위로 렌터카 회사까지 달려가며 무서워서, 어이가 없어서 우리는 웃었다. 


더 놀라운 건 렌터카 회사에 도착해서였다. 정말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 사이로 기어가 안움직이는 것을 보더니 본인들끼리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직원이 운전석에 앉았다. 기어가 안되는 것을 확인하더니 뭔가를 힘을 빡줘서 기어인지 무엇인가를 만진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냥, 기어는 부드럽게 변경됐다. 마치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듯, 렌터카 직원은 그 좁은 길을 시속 100km가 넘게 달렸다. 그리고 나에게도 기어를 변속해보라고 한다. 슥슥 움직여지는 걸 보며, 당황해서 하지만 아까 보지 않았냐 분명 문제가 있었다라고 하자 그는 운전자 잘못이란다. 그러면서 일단 오늘은 차를 가져가고 내일 아침 차를 가져오면 오토차로 차를 변경해주겠다고 했다. 일단,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차 없이는 숙소에 갈 수가 없었다. 다시 정상이 된 차를 끌고 시속 20km 주행을 떠올리며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날 잠을 자지 못했다. 위의 아고다가 이 문제에서 불똥이 튄것일수도 있고 아고다의 문제가 이 렌터카 문제에 불통을 튀긴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새벽 2시에 깼고 잠이 안왔다. 아고다에는 메일을 쓰고, 렌터카 사장님한테는 편지를 썼다. 한글로 쓰고 그걸 다시 터키어로 바뀌었다가 다시 한글로 바꾸니 영 번역이 이상해서 한글>영어>터키>영어로 바꾸어 가며 번역문을 확인했다. 렌터카 비용을 다 내는 것은 너무 억울했다. 그 번역을 하고 있다가 아고다에서 전화를 받았고 한바탕 쏟아내게 된것이다. 그리고 그 통화소리를 듣고 J도 잠에서 깼다. 


그 다음날, 오토차를 받기 위해 렌터카 회사에 갔다. 5분뒤 사장이 오토카와 함께 올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나타나는데는 1시간이 걸렸다. 나의 분노 게이지가 또한번 올라갔다. 그리고 그 사이 반납된 우리차는 그 어떤 수리도 거치지 않은 채 다른 외국인 커플에게 렌트되었다. 분명 문제가 있고 렌터카에서도 이를 알고 있지만 그냥 그렇게 하는 듯 싶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처럼 다른 차로 바꿔주고, 아님 뭐 그냥 돈 버는거고. 문제가 있는 운영방식이지만, 거기까지 내가 관여할 수는 없었다. 다만 나는 5분이 10분이 되고 30분이 되고, 한시간이 되는걸 참고 견뎌야했다. 


말도 안되는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지만 결국 3만원 정도를 덜 내는 것으로 타결을 보았다.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 로즈밸리가 그렇게 멋있지 않았다면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금액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질녘 로즈밸리는 너무 멋있었고, 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뛰어들어간 차 속에서 들은 음악, 그리고 폭우가 지나가자 만난 쌍무지개가 내 마음을 녹였다. 카파도키아 렌터카 사장님은 분명 카파도키아의 자연에게 엄청난 빚을 내며 살고 있다. 

간신히 차를 간신히 출발시키고 찍은 사진.. 분명 밝았는데 도착하니 폭우속 어둠이었다.


 3. 비행기 연착 


 더 무슨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카파도키아에서 이스탄불로 넘어가는 비행편에서 또 일이 생겼다. 그건 바로 비행기의 연착. 공항에 가는 아침 셔틀을 타기 위해, 카파도키아에서 머무는 단 3일간 아침 중 유일하게 벌룬이 뜬, 떠나는 날 아침의 벌룬투어를 포기했는데,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탈 비행기가 1시간 연착이 됐다는 걸. 날씨가 너무 쨍쨍하고 전날 온라인 체크인을 하면서도 전혀 안내받은 바가 없어서 뭔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직원들은 어깨를 으쓱했다. 전혀 알수가 없다는 듯이. 한시간 반 정도야 뭐 기다릴 수 있지 하며 짐을 부치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연착시간이 자꾸 는다. 1시간에서 1시간 반으로, 2시간으로 2시간 50분으로. 결론적으로는 10:40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결국 예정시간보다 3시간이 훌쩍 넘어 2시가 넘어 탑승을 시작했고 훗날 문의메일을 확인해보니 정확히 나는 예정 도착시간보다 3시간 39분 늦게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스탄불에 도착해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고 저녁시간이 다되어 간신히 호텔에 도착했다. 그날 일정은 그게 다였다. 카파도키아에서 이스탄불로 넘어오기. 참고로 비행기로 1시간 반이 걸리는 여정이다. 


 터키항공과는 이메일로 여전히 다툼중이다. 아무것도 해줄수 없다는 입장과, 하루를 다 날린 나의 입장. 찾아보니 오버부킹 등의 경우에는 지연된 시간에 따라 보상금이 있다고 한다. 내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문의 메일은 정성스럽게 썼다. 

전광판 속 시간은 2시간 50분에서 더이상 시간을 늘지 않았으나 나의 대기시간은 계속되었다...




 J는 나를 오래 봤지만, 이만큼 소비자 권익보호에 투지가 강한지 몰랐다고 한다. 엄청난 방패이자 창을 갖춘 느낌이라며 나는 놀리는 건지, 놀라워했다. 엄마는 J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 나의 권리를 내가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영업자로서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에서 그것이 항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 맞는 말씀이시다. 어떻게 모든 것이 완벽하고 언제나 이득만 볼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내가 나의 권리를 주장해야 할 때와 상대의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 때를 잘 구분하고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맞다. 그런 밸런스를 잘 맞춰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터키 항공 회신은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려보겠다. 



희소의 튀르키예 여행기 


①위기 - 튀르키예 나한테 왜그래~~~  https://brunch.co.kr/@fininlove/43

②카파도키아 - 무엇을 예상해도 그 이상, 카파도키아 https://brunch.co.kr/@fininlove/49

③이스탄불 -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 것, 이스탄불 https://brunch.co.kr/@fininlove/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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