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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Nov 13. 2023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 것, 이스탄불

튀르키예 여행기 ③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나에게 북적거림으로 기억된다. 공항에서 시내에 나가는 버스인 하비스트(50인승 버스인데 심지어 줄서있던 사람들이 모두다 타지도 못했다)부터 시작하여 광장, 시장, 왕궁, 심지어 그냥 길거리에도! 그 어딜가든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수, 목, 금, 토 이스탄불에 머물렀는데, 평일 점심 오전 오후 할 것 이 어딜 가든 어린이날 에버랜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북적거림은 이스탄불은 무구한 역사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거대한 도시였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그 결과로 멋진 건축물들이 있으며 현재까지 그 건축물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유명 관광지인 아야소피아는 지어진지 1,500여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따지지면 삼국시기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삼국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여전히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울뿐더러, 그 시절에 제대로된 장비도 없이 5년만에 15층 규모의 건축물을 이리 놀라운 수준으로 축조해놓았다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다. 워낙 오래된 도시여서 그런지 트램이 아주 좁은 골목 사이를 굽이 굽이 다니는데 트램, 자동차, 사람들의 통행이 동시 다발적으로 되는 모습은 꽤나 재밌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스탄불에 있는 많은 식당들과 디저트가게에는 보통 간판에 그 시작년도를 적어두는데 200~300년이 넘은 곳들이 부지기수다. 내가 갔던 로쿰 원조집은 그 시작이 1777년도라고 한다.

 터키를 여행한다고 하자, 다들 오잉? 왠 터키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풍광으로 따지면 이스탄불은 그 어떤 유럽도시 못지않게 아름다운 도시였다. 일단 바다를 끼고 있기도 하고, 골든혼이라 불리우는 해협을 따라 도시가 넓게 펼쳐져있어 아시아와 유럽을 둘다 감싸안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 걸쳐져있지만 건물양식 등은 유럽의 풍경에 더 가까웠다. 풍광의 멋짐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교역의 중심지로도 너무도 요충지에 위치했기에 현재 이스탄불이 있는 이 땅은 그 옛날부터 모두가 탐내던 땅이기도 했다. 그리스의 비잔티움부터 로마시대 콘스탄트노플을 거쳐 오스만제국의 이스탄불까지.

 터키, 이스탄불은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운 곳이지만 투어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구한 역사가 있던 이 곳이 더 이상 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중심도시로써 융성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이스탄불은 지금 그만큼의 영광은 누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좋은 위치에, 너무 많은 문화유산을 물려받고 그저 그것을 보러오는 관광객을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솟아오르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무인가게가 점점 많아지는 한국의 모습과는 달리, 어딜가든 과하게 점원들이 배치되어있고 그런 인적자원들이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무엇이 이 도시를 이 나라를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며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는 자신의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아닌 남의 것을 따라하려고 했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했었다.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과 터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땅도 넓고, 자원도 많고, 무구한 문화유산도 많은 나라가 왜 좀 더 부유하지 못하고 그 나라 사람들은 왜 인플레에 고통받으며 좀 더 잘살지 못한걸까? 라고 질문을 던지자 아빠는 생각치도 못한 답을 내놨다.


"희소야.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무도 빠르게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에서 자랐기 때문이야. 불가 40~50년 전만해도 한국도 배고팠고 똑같이 못살았다. 아마 터키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비롯한 몇개의 나라를 제외하고는 그런 가난의 모습이 이상하지 않을거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이룰수 있는 부에 가장 큰 요인 1번이 그가 태어난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답답해하고 안타까워한 모습이 사실은 그들단에는 최선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카파도키아가 물리적으로 새로운 세상의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했다면, 이스탄불은 나를 정신적으로 깨우치게 했다. 이스탄불에 있을때는 몰랐지만, 돌아와서 그곳을 톺아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 것. 세상은 넓다.




희소의 튀르키예 여행기 


①위기 - 튀르키예 나한테 왜그래~~~  https://brunch.co.kr/@fininlove/43

②카파도키아 - 무엇을 예상해도 그 이상, 카파도키아 https://brunch.co.kr/@fininlove/49

③이스탄불 -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 것, 이스탄불 https://brunch.co.kr/@fininlove/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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