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늘 내일의 나에게 일을 떠넘기나?

내 안의 대리인 문제

by 엄윤성

새해를 맞아 주 3회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막상 당일 퇴근 시간이 되면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운동하자"며 침대에 눕는다. 다이어트나 시험공부를 결심하지만, 막상 맛있는 음식이나 파티 유혹 앞에서 결심을 미룬다. 우리는 계획은 잘 세운다. 그러나 자주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미루기 습성(Procrastination)은 단순한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공존하는 두 자아의 대리인 갈등이다.


세일러(Thaler)와 셰프린은(Shefrin)은 우리 마음속에 두 자아가 싸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198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을 단일한 '합리적 개인'이 아닌, 같은 사람 안에 공존하는 '두 존재의 조직'으로 본다. "내일부터는 꼭 운동하고, 저축도 해야지"라고 다짐하는 이성적인 자아인 '계획가(Planner)'와 "오늘 우선 먹고, 오늘 우선 쓰자"며 당장의 즐거움을 쫓는 본능적인 자아인 '행동가(Doer)'가 우리 안에 존재한다.


계획가는 장기 목표를 중시한다. 다이어트, 저축, 공부, 운동 등의 장기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현재자아인 행동가는 지금 당장의 유혹과 쾌락을 더 중시한다. 둘 간의 이해가 상충하면서 갈등을 유발한다. 전형적인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대리인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저자들은 미루기가 계획가가 원하는 장기최적과 현재자아가 원하는 단기선호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내적 대리인 문제라고 본다. 대리인인 행동가가 내 몸의 주인인 계획가의 계획과 목표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문제는 것이다. 참 기발한 통찰이다. 이렇게 해야만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다. 세일러는 이 유혹과 자제력 사이의 갈등을 경제학적으로 모델링한 공로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미루기는 인간의 '의지력 부족'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대리인 문제에서 비롯된 '인센티브 설계 실패'의 결과라는 것이다. 계획가가 행동가를 통제하거나 유인하기 위해 드는 심리적 비용 문제이다. 이러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칙(Rules)과 인센티브(Incentives)를 제시한다.


규칙

먼저 선택지를 줄여서 미루기 여지를 없애는 규칙이나 스스로 묶는 장치인 커밋먼트(Commitment)가 유효하다. 유혹을 만드는 환경을 없애거나, 유혹을 물리적으로 멀리 두게 하는 것이다. 유혹적 간식인 '두쫀쿠'를 멀리 두게 한다든지,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없앤다든지 하는 방법이다. 친구와 운동 약속을 잡거나 개인 트레이닝(PT)을 예약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장치인 커밋먼트를 사용한다. 한 달간 써야 할 예산을 미리 배분하거나, 일주일간 먹은 칼로리를 적어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의지력으로 매번 싸우는 대신, 애초에 두 자아의 싸움이 덜 나게 하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인센티브

한편 행동가가 움직이도록 보상이나 벌점을 재설계하는 인센티브도 한 방법이다. 다이어트나 저축은 대체로 즉시 보상이 작고, 즉시 비용이 크다. 따라서 계획가는 행동가가 체감하는 단기 보상을 키우거나, 단기 비용을 줄이도록 장치를 만든다. 운동 후에만 좋아하는 커피나 콜라를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운동의 장기 보상인 건강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운동 직후 커피나 콜라가 주는 보상은 즉각적 쾌락을 준다. 집에 고칼로리 음식을 두지 않는 것도 단기 비용을 줄이는 장치이다. 이렇게 하면 먹기 위해 참을 필요가 없다. 고칼로리 음식의 유혹과의 싸움을 구조적으로 없애서 다이어트의 단기 비용(참기)을 줄일 수 있다.


미루기는 '현재의 나'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위임된 구조에서 필연적이다. 이를 위한 해결은 단순히 의지력 키우기와 각오가 아니라 규칙, 커밋먼트, 인센티브로 의사결정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다. 디폴트 옵션, 퇴직연금 자동 가입, 월급날 자동이체 저축, 급여 인상분 자동 증액 등이 이 논리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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