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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Jul 07. 2021

I Love E.T.

[미출간본] Extra-Terrestrial

인생 최초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E.T. 였습니다.


컴컴하고 거대해 보였던 허리우드 극장 안의 쿰쿰했던 냄새, 스산한 음악에 열 손가락 사이로 훔쳐봐도 쪼그라들기 바빴던 영화의 도입부, 소원대로 다시 살아났지만 엘리엇과 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야속한 E.T에게 볼메었던 내 마음, 퇴장하는 레드 카펫 위에서 기대치 않게 나눠줘 받은 책받침 부채까지 사뭇 생생해요. 겨우 다섯 살이었는데 말이에요.      


신기하리만큼 이 영화는 성인이 되도록 현실과 분리되지 않고 직접 겪은 일처럼 회상되었는데 E.T가 우주로 잘 돌아가 다행이라 생각하다가도 이내 그 친구가 자꾸만 보고 싶어졌어요. 언젠가는 E.T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었더니 정작으로 꿈은 이루어져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우리는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 아깝다며 다들 지나치던 구식이라 홀대받던 세트장에서 오직 나만이 감격에 겨워 자전거에 E.T. 를 태우고 날며 배경 음악에 심취해 눈물에 벅차했었죠. 끝물이었던 그 세트장은 결국 사라졌지만 저는 E.T가 다시 집으로 잘 돌아간 거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깡그리 도려내지 않고 한편에서 늘 내 순수함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친구라 우리는 꼭 다시 만나야 했고, 아쉬운 대로 이베이에 들어가서 E.T. 인형 경매에 참여했어요. 20주기 기념판이라는 키가 70cm쯤 되는 인형으로 손바닥 가운데를 누르면 손과 가슴에 불이 들어오는 내 친구가 맞았어요. 영화 속 열 가지 대사를 돌아가며 말하는 살아 있는 게 분명한 그 인형은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못 받아 경쟁자가 한 명뿐이었는데 그나마도 가뿐히 제치고 낙찰받을 수 있었습니다. 25달러!


한 달 만에 우주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나에게 온 E.T. 손을 눌러 잡았더니 연신 반갑다고 조잘조잘 말을 하네요. 보고 싶었다. 친구야~     


I’m E.T.

Be my friend.

E.T. loves you.

Ugh~

E.T. Phone home.

Burp~

E.T. run away.

Be good.

I’ll be back.

Follow me.    

 

And "I love you, E.T."


#웃기고진지한자존갑입니다만 #박윤미작가 #인스타그램jazone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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