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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Jul 05. 2021

웃기고 진지한 자존갑입니다만

[출간 일기 3편]

<원고 투고의 시작>


❖ 출판은 연애다


연애를 하다가 이별을 할 때 말이다. 보통 차는 쪽이었는가? 차이는 쪽이었는가? 주로 차이는 쪽이었다면 바로 수긍했는가? 한 번쯤 붙잡고 봤는가? 매달렸는가? 나의 경우 제대로 비호감인 대답을 쥐고 있는데 (이걸 말을 해~ 말아~) 내 인생에 차여본 적은 없다. 매달리면 더 매몰차게 찼고 무안할 정도로 상대가 바로 수긍해도 꿋꿋하게 기조를 유지했으며 심지어 이별을 예감하면 선수를 치며 선수처럼 찼다. 일부는 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일부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한 어린 이기심이었다. 차일 때의 심정을 알리 없던 난 비로소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하며 지난날의 행적에 몰아서 벌을 받기라도 하듯 차이고 또 차이고 매달리는 방법도 몰라 한 번 붙잡을 겨를도 없이 차였다. 말이 좋아 차인 거지 정확히는 맞다!

까.였.다. (발로 차~ 발로 차~ They 아 더 챔피온~)



❖ 방자한 그녀


까칠할 기회조차 없는 신입 작가는 그저 낮은 포복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원고를 투고할 수밖에 없는데 난? 애초에 겸손이 없는 인간이다. 잘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아직 겸손할 처지가 아니라서, 성공을 거두거나 이름값을 하는 정도가 되어야 그때 겸손해지자가 내 가치관이라서 말이다. 부자가 검소하게 살면 미덕이지만 ‘안’ 부자가 검소하게 사는 건 일상으로 치부되는 것처럼 딱히 내세우고 말고 할 건덕지도 없을 때 ‘아휴~ 별말씀을요.’ 내지는 ‘아녀라 아녀라~’이런 류의 말은 가식으로 보일 것 같아 서둘러 고맙다는 말로 대화를 끝낸다. 그리하여 출판에 더 적합하지 못한 인간임을 몸소 체험하였다. 원고 투고를 오직 한 군데, 업계 최고라는 곳에 출간 기획서를 보내며 이따위 말을 썼더랬다. ‘마케팅을 내가 직접 할 것이라면 투고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글이 좋다 판단되면 책임지고 내 책을 홍보해 주십시오.’ 뭐랄까, 직장 상사한테 부장님은 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 보아하니 몸도 있으신데 본인 일은 스스로 하시죠? 딱 요 정도로 사회성 결여된 느낌이었다. 셰익스피어나 스티븐 킹도 이렇게 방자하지는 않을 터! 혹시라도 편집장이 내 기획안을 자세히 읽었더라면 내 이름을 필히 외워 뒀을 것이다. (블랙 똥 리스트로 말이다.)



 ❖ 겸손해진 그녀


자신감은 잘남과 별개로 진행되는 때가 많다. 소심과 대범 사이에 결과가 차이 나지 않을 땐 일단 과감함을 선택하는 타입인데 그게 또 자신감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우겨서 자신감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막상 상처를 방어해 주지는 못한다. 딱 한 군데 넣은 그 출판사에서 대차게 차이니까 겸손해지는 게 아니라 automatically 작아지는 걸 경험했다.


사회성을 되찾고 편집장님들이 좋아할 만한 기획안으로 수정해 스무 군데가량 뿌렸다. 고쳐먹은 마음만도 17인분이니 압도적 러브콜이 쇄도할 것 같아 열 군데만 넣을 걸 하고 잠시 후회하기도 했었다. (옘병~) 아무래도 대형 출판사들은 이미 보급형 로봇이 일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감정 기복 하나 없이 로봇이 보내는 듯한 거절 메일이 매일 쏟아졌다. (거절 everyday) 나만 이런 건가 싶어 투고 경험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재미있는 건 이토록 뻔한 거절 메일을 매우 희망적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점이었다. 자~ 아줌마 10년 차! 남편 빤쓰 끌어올리는 각도만 봐도 그날의 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레벨이다. 다음 편에서 궁예로 변신해 로봇 메일을 감별해 주겠다.   


To be Continued…

[글, 그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무단 도용 시 단디 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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