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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Jul 06. 2021

웃기고 진지한 자존갑입니다만 출간

웃기면서 진지한 그 어려운 일을 해내다!


때로는 기회 대신 기적이 오기도 하나 봅니다.


지난해 코로나로 말도 못 하게 힘드셨죠? 저도요, 코로나 직전에 주식 물 탔고요(내 손을 매우 쳐라~), 남편 회사에서 큰 기회 하나도 날아갔고(회사도 매우 쳐라~). 다행히 저는 돈이나 출세 관련한 손해에는 극복이 아주 빠른 편이에요. ‘내가 뭐 언젠 재벌이었냐?’ 쾌속으로 이겨냈지요.


안타깝게도 극복이 쉽지 않았던 시련이 하나 더 있었는데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희귀 병명을 진단받으신 것이지요. 도파민이 더는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운동 장애나 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다면서 예후가 예측도 안 되고 치료약도 없다는 겁니다. 결론은 의사도 모른다는 거죠. 야속했던 게 그냥 ‘노환입니다.’라고 할 것이지 이름도 이상한 병명은 말해줘서 우리 부모님 저토록 무너지게 만드나 싶었지요. 제가 아는 한 대한민국 어르신 남자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유머 넘치고 긍정적이시던 분이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싶다. 사는 의미를 모르겠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누구나 아플 수 있는 건데 왜 아프면 면목 없는 모습이 되어야 하나 속상한 마음, 한편으론 우린 모두 죽는데 지금까지 내 곁에 계셔주시는 아빠가 있다는 감사함이 뒤엉켜 내재된 정신력이 튀어나왔던 거 같아요. 이것 또한 극복해야겠다. 저는 힘든 일이 있거나 분노할 때 글을 써서 풀어내길 즐겨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화났던 일을 단순화시키고 유쾌하게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별일 아닌 일이 되어 있거든요. 본능적으로 다시 글을 쓰게 되었고 그게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죠. 출판계 동향을 잘 알아서 원고 투고 성공은 희박한 일임을 알았지만, 우리 아빠가 웃을 수도 있는 일인데 포기할 순 없잖아요.


온 우주가 저를 돕던 날 드디어 계약서를 부모님께 보여드렸더니 흥분에 가깝게 울먹이시던 벅찬 목소리가 아직도 울려요. 도파민 없이도 아빠가 웃으셨죠.


천성이 신세를 못 지고 사는 성격이에요. 앗싸 계약! 목표 달성! 이러면서 계약이 곧 출간이라 믿었는데 부대표님이 신입이라 리스키 하다는 편집장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제 원고를 선택했단 사실을 알게 되었죠. 힘들어 죽겠구먼 또 은혜를 갚아야 할 시간. 암요~ 우리 아빠가 덕분에 웃었는데 은혜 갚고 말고요. 췌장에서부터 초능력을 끌어올려 원고를 수정해 나갔어요. 첫 독자이신 부대표님부터 만족시키겠다는 각오로요. 원고가 책답게 변신하는 순간이었죠.


한 달 전에야 부대표님께 프롤로그를 바꾸고 싶다면서 이실직고를 했어요. 부모님께 보여드릴 계약서가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었다고. 내겐 성공이 중요하지 않지만, 출판사에 도움은 되고 싶어 최선이란 걸 했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니까 출간 직전인 지금 미리 감사 인사를 올린다고요.


타이밍을 놓칠까 봐 전한 것뿐인데 대답이 없던 긴 시간 동안 감동하셨나 봐요. 예정에 없던 본문 일러스트를 일곱 개나 추가해 주셨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저에게 선택권을 주셨고 제가 뭔 말을 지껄여도 다 들어주셨어요. 혹시 전생에 저한테 나라를 팔아먹은 그분이세요? 헐값에 넘기더라니….


덕분에 일정은 늦어졌고, 칼라 잉크 소모량이 몇 배는 늘었지만, 작업하면서 즐거웠던 적이 간만이었다며 나라 팔아먹으신 분은 끝까지 애정을 전하시더라고요. 어찌 내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아무리 뒤져봐도 기적 말고는 다른 설명 방식이 없어요. 이 감사함의 원동력으로 사는 내내 용감할 것 같은 기분이요.


제가 계약한 출판사는 과거 퇴마록으로 천만 부 판매 신화를 일궈 낸 ‘들녘 출판사’입니다. 상당히 남성적인 출판사로 출판계의 불황에도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도를 걷는 곳이지요. 작년 말 소프트한 감성에도 영역을 넓히고자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참새책방’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런칭했습니다. 그 스타트를 한 중견 배우가 끊으셨는데, 원래 기자였던 분으로 책을 60권인가 냈다시고, 현재는 연세대에서 글쓰기 강의 중이시라고.


이런 신나는 일이! 뭐랄까. 졌.잘.싸. 느낌! 나 서울대 원서 넣는데 떨어졌잖아~ 요런 느낌! 음~ 내 전에 어떤 배우가 책을 냈어! 뭔가 홀가분하면서 명예가 지켜지는 넉낌! 부담감 제로였거든요.


예상치 못한 습격이 있었습니다. 제 책이 참새책방 두 번째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4월에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전국을 횡단하고 책을 썼다지 뭐예요. 아 놔~~~ 개가! 개님이! 개나 소나 책 낸다더니 진짜 개가!!! 그럼 내가 소인가?!?!


여러분은 지금 개랑 경쟁하는 소를 보고 계십니다. 하하하~


웃자고 하는 얘기고(근데 왜 눈물이 나지?) 저는 한없이 행복해요. 들뜬 목소리로 ‘대단하다~’를 외쳐주던 내 가족, 친구, 친척, 그리고 심지어 일면식 없던 카페의 맘들까지. 살면서 내가 사랑을 이렇게 몰아 받아도 되나 싶은 경험을 했어요. 욕심이 안 생겨요. 욕심 안 내려고요. (개만 이기자!)


제 개인의 경사를 자랑질하는 동안 사실 속으로 죄송하고 민망한 마음도 컸습니다만 받아주시는 것도 모자라, 넘치게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테라바이트급 사랑을 전합니다. 감동이 잦아 몇 번 울컥했더랍니다. 저는 우직한 소답게 지금까지 감사함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저의 경험이 희망으로 전해지길 간곡히 바라봅니다.



박윤미 드림





기고 지한 자존입니다만



이 책은 효심이 그득한 웃기는 소 한 마리가 인생을 되새김질하며 사는 노하우를 갈아 넣은 마음의 여물입니다.


로맨스 소설 같은 Lovehood,

육아서를 꿈꾸는 Childhood,

!!성인용!! Adulthood,

속이 깊고 색다른 여행 책자 Foreignhood,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자세 Neighborhood,

자기계발서인가? 특강인가? Careerhood,

인생지침서 Lifehood.


#웃기고진지한자존갑입니다만 #박윤미작가 #인스타그램jazone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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