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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Jul 08. 2020

지금 당장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해야하는 이유

이시대의 직장인들은 이미 틀려먹었다.

 요즘 유튜브로 재밌게 보는게 있다. 드라마 허준 클립을 모은 영상들인데, 어릴 때 보던 허준의 기억에서는 허준이 먼치킨이고 주변사람들은 죄다 모자라고 시기질투가 가득한 사람들이다. 참 못났다고 혀를 찼었는데, 어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내심 허준 주변사람들이 안쓰러워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들이 나시면 480여개에 이르는 클립을 정주행 해보시길.



 허준의 옛 스승 유의태가 운영하는 의원의 구석에는 약방이 있다. 약방에서는 임오근을 비롯한 5인방이 허드렛일을 나누고 있다. 하다못해 개인적인 심부름도 일일히 다 시키고 있지만, 그안에서도 서열은 있다. 의원에 들어온 순서대로 물지게꾼, 약초꾼, 약초꾼 최선임, 약방 최선임 이렇게 나뉘고 있다. 이들은 허준이 들어오자 여러 방법으로 골탕을 먹이면서 괴롭힌다. 막내 길들이기면서도 직장내 서열을 공고히 하는 활동들이다.

 

의원의 약방에 10년가까이 허드렛일만 하는 사람들


 허준은 빠르게 약초꾼도 되고, 약방관리자, 의원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먼저 들어온 약방 5인방은 허준의 이런 야망을 짓밟으면서 더 곤경에 빠트린다. 이에 굴하지 않고, 허준은 밤이면 유의태 몰래 환자들의 병부일지를 살펴가면서 의학을 공부하고, 밖에서는 안광익에게 침술을 배운다. 약방의 5인방들은 매일 퇴근 후에는 주막에 들러 술을 마시거나 노름판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허준은 끊임없이 사이드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문득 여기서 나와 우리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다. 약방 5인방은 매우 성실하게 수년간 유의태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앞에 나아간 선배들을 보며 다음해에는 물지게를 내려놓고 약초꾼이 되겠지, 약초꾼 선임이 되면 좀더 편해지겠지, 약방의 선임이 되면 더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차곡차곡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데 여념없다.


대단한게 아니라, 허준은 이때부터 자신만의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준의 의술이 늘어나고, 의원에서 허준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져간다. 따지고 보면, 약방의 5인방이 불성실하게 살아온 것이 아니라, 허준이 독특하게 자신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고 비교우위를 가져간 것인데, 유의태가 이를 좋게 봐준것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유의태 의원안에서의 내부 채용 승진 프로세스에 어긋나는 행동들이 많았고, 결국 유의태는 훗날 약방 5인방중 2명에게 살해 위협과 배신을 당하게 된다. 돌아와, 성실하게 묵묵하게 의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저사람들이 바로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이 겹쳐보여 슬퍼졌다.


 허준은 똑똑하고, 실행력도 좋으며 거기다 운까지 맞아떨어진 사람이다. 오히려 조직에는 허드렛일을 하던 약방 5인방이 훨씬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결코 의원은 이들의 신분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조선 제일의 명의라고 소문난 유의태도 어느날 순간 닥쳐온 반위(위암)를 어쩌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의원이 해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사발령 시즌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


 이미 의원이 해체되고 지난날 누가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누가 다음차례인지 따질 겨를도 없이 사라져버린 의원에서 살아남은것은 허준이 유일하다. 약방 5인방은 의원님만 바라봤지, 근속연수만 바라봤지 나가서 혼자 해낼 역량을 키울 시험을 해보지 못했다.


 그사이 허준은 자신이 실험해본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간단한 병자도 틈틈히 자기집에서 돌보고 혼나기도 했으며, 유의태 대신 왕진을 다녀오며 한몫 단단히 챙겼다가 파문당하기도 하면서 직접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실험해볼 케이스들을 늘려갔다.


문득 유의태가 허준에게 요직을 주자, 화를 내었던 부산포 형님의 울화를 터뜨리자 주변에서 이렇게 말을 한다.

"아니, 형님! 의원님도 너무한 거 아니유? 형님이 여기서 5년을 넘게 개고생한걸 알면서 허준이에게 의술을 가르친다고 하는거유!?"

"오근형님도 그래요! 10년을 약방에서 일하는 데 분하지도 않수? 허준이라는 놈이 들어오는바람에 다 이게 뭐냐구유!!"

고소한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조직에만 의지하는 무능한 사람이 아닐까싶어 이제라도 미뤄두었던 사이드프로젝트를 가동해야겠다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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