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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Sep 12. 2020

최고의 복지는 탁월한 동료

탁월한 동료가 워라밸이다.

 2020년 현재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복지 조건을 내세우며 회사의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자랑하기 바쁘다. 어느회사가 더 비싼 식당을 제공하는지, 더 좋은 회사소유 리조트, 계열사 제품 할인, 제휴사 할인혜택 등 금전적, 비금전적 다양한 복지조항을 보태고 있다. 


 또한, 얼마나 수평적인 관계인지 어필하기 위해서 호칭을 님을 통일한다거나 직급을 단순화하고 서로를 영어로 부르곤한다. 그리고 출퇴근시간을 자유로이 한다거나 휴가를 연속으로 붙여가길 권장하는 등 이미 한국의 다양한 내로라하는 회사들은 최고수준의 기업문화와 복지를 보여주는 곳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갖춘 회사들을 왜 다들 퇴사하고, 일요일만 되면 끔찍해하고, 금요일면 불금을 지르며 퇴근하기 바쁠까?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지만, 회사는 회사라서 끔찍한걸까?


 회사를 다니기 끔찍한 주니어들에게 되물었다. 왜 회사가 싫으냐고. 왜 회사가 끔찍하고 견딜수 없는 공간이 된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일관된 답변은 사람이었다


"최과장 그자식이 자꾸 지가 할 일을 나한테 짬시켜 ㅜㅜ"

"이대리는 뭐 알려주지도 않고 일을 하라는거야"

"김차장은 자기가 하라고 해놓고, 막상 해가면 대안도 안내놓으면서 지적만해. 지는 뭐하고?"


다같이 풍운의 꿈을 안고 시작했는데 왜 이모양일까?


 사실 이문제는 임원이나 직원이나 별반차이는 없겠지만, 결국 문제는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일이 있어도 물어볼 수 있는 사수가 있고, 일을 경험해본 동료가 있다면 회사에서 어떤 일이 맡겨져도 해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반면, 일을 전혀할 줄 모르는 선임이 일을 던져놓고 알아서 해오라는식의 업무방식은 주니어 입장에서 지옥도가 펼쳐진다. 사실 일을 할 줄 모르는 선임들은 자신들이 할 줄 모르는 일에 대해서 솔직히 밝히기 쉽지않다.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오며 이것도 할줄 모르면서 어떻게 대리를, 과장을 단거야? 라는 소리를 듣기 싫으니 떠넘기듯 주니어에게 해오라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주니어들이 퇴사, 팀이탈을 생각한다. 당장 막막한데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을때 발생하는 심리적인 충동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해오면 이제 그 일은 그 주니어가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미칠 노릇이다.


 이와 같이 탁월하지 않은 동료를 만나면 발생하는 문제들이 결국 최고의 워라밸 집단, 복지 기업에서 이탈하는 결과물을 낳게 된다. 그럼 최고의 복지, 탁월한 동료는 무엇인가?


1. 적응

 - 새로운 조직에 주니어가 들어오면 다같이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가고, 커피를 마시는게 환영이 아니다. 그건 그냥 명분을 삼아 즐기는 것이지. 일을 가르쳐줘야한다. 그런데 '인수인계'라고 하면서 하는 다양한 실수중 하나가 자기들이 하고 있는 사업과 업무를 줄줄이 3,4시간씩 배정하여 읊어주다가 끝난다는 것이다.


 인계자가 탁월한 동료라면 Frame만 보여주면된다. 

 "우리 팀은 2개의 사업을 하고 있고, 우리 파트가 하는 사업은 A비즈니스이다. A비즈니스는 김과장, 이대리, 박사원, 그리고 주니어 당신과 함께 해나갈 것이다. 김과장은 비즈니스 총괄이고 평소에는 이슈 관리하고, 주로 실장 보고 자료를 준비한다. 이대리, 나는 매일 집계되는 상품 판매 실적과 영업 포인트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영업의 흐름의 개선사항을 체크한다. 또한 제휴 업무처를 조사하고 계약하는 실질 업무를 담당한다. 박사원은 우리 팀에서 집행하는 다양한 마케팅 비용, 간단한 민원 조치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신입으로 들어온 주니어 당신에게 맡길일은 나(이대리)와 박사원이 같이 해 온 상품광고배너 심의 업무이다. 자세한 사항은 박사원이 알려주도록 말해 놓았다."



 이와 같이 전체 업무 Scope를 보여주고, 주니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그 일을 현재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이슈가 생겼을때는 누구에게 보고할지 정도만 말해두면 새로 들어온 주니어는 매우 안정적으로 작지만 소중한 '상품광고배너'업무를 맡게된다.


 작지만 소중한 업무인 이유는 이 일이 주니어가 조직에 들어와 처음 맡게된 업무이고, 간단하지만 충분히 팀에 주니어가 없을때보다 있을때 하나의 업무라도 손을 덜었기때문에 주니어도 자기가 해낸 작은일에 큰 성취를 느끼고, 팀도 기여받는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최선의 상황이다.


 그러나, 탁월하지 못한 동료라면 아래와 같이 인계가 시작된다.

 "아 사실 우리팀이 하는 일이 작아보여도 엄청 회사에서 주목하고 있는 일이에요. 혹시 김철수 상무 알아요? 아 모르겠다. 아 김철수 상무 있을 때 시작된 일인데...  사실 이게 제가 만든 아이디어거든요... ㅎㅎ 아무튼 국내 최대 유통업체와 제휴를 해서 해당 유통사의 모든 디지털 간판에 우리 상품을 자동으로 노출시키게 하려고 하거든요. 계약서 써봤어요? 저~~~기 기획 사업팀에 이미영대리가 계약서 써봤을 거니까 한번 가서 계약서 어떻게 쓰는지 물어봐요. 우리 제휴 내용은 품의에 다 있으니까 확인하면되고. 일단 계약서 쓰는거 하나니까 어렵지 않죠?"


 사실 이정도 동료, 사수, 선임이 있다면 정말 폐급이다. 그냥 욕해도 되는 수준이다. 팀이 어떤일을 하는지, 어떤 과업 달성을 위해 다들 일을 하는지 공유는 전혀 안된 상태에서 알 수도 없는 필요도 없는 히스토리들을 나열하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니어앞에서 너스레를 떨고 있는 수준의 사수라면 정말 큰 각오를 해야한다



 더불어 타팀의 직원이 그 업무를 해봤을거라니 말이 되는가? 그런 일을 하려면 이미영대리를 데려와서 주니어와 함께 설명해줬어야 맞는 일이다. 주니어가 쭈뼛쭈뼛가서 일을 알려달라고 해도 사전 배경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영 대리도 빡칠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한 이치다. 보통 이런 경우 이미영대리는 착해서 해당 사수를 씹으며 주니어에게 불쌍하다고 말하며 친절하게 알려주는게 레파토리긴 하다.


 또한 주니어에게 갑자기 품의를 확인하고 계약서를 쓰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품의가 만들어진 시기 존재하지도 않았던 주니어에게 품의를 읽어보고 계약서를 쓰라는 것부터 꼬인 것이다. 사업이 만들어진 배경이 무엇인지, 그래서 품의가 작성되면서 추가된 이슈들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히스토리를 설명했어야했다. 김철수 상무가 있었을 때가 어떻고 이딴 추억팔이나 할게 아니고.


 결국 탁월한 동료와 그렇지 않은 동료를 만난 두 명의 주니어는 1년 사이에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두 주니어가 서로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 또한 사뭇 다를것이고.


 혹자는 이런 전개에 반발이 들 수도 있다. 

"아니 그럼 무슨 대학졸업한 성인을 다 떠먹여줘? 그런건 하나하나 개척하는거지. 무슨 애기 다루듯이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어 바빠죽겠는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닌게, 회사의 신입교육시스템이 워낙 잘되어있는 회사라면 떠먹여주지 않고도 신입 연수기간에 충분이 회사 ERP 시스템, 통합 관리 시스템등 교육이 충분이 이뤄졌고, 관련한 직무교육이 몇개월 지속되었을 것이니 떠먹여줄것도 거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입사하면 창업자의 창업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다같이 합심해서 공굴리기, 태백산 등정, 아침구보, 뮤지컬 준비들을 하기 바쁘다. 그리고 이렇게 한창을 놀다가 실제 업무에 떨어지는데 무슨 직무 지식으로 일을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회사들이 갈수록 노화되고 있어 적게 뽑은 신입 트렌드가 근 8년 지속되어온 결과 지금 회사는 매우 허리가 얇으며 주니어들, 일반 업무 직원들조차 적은 상태라 알음알음 일을 자발적으로 배울 사람도 없다. 대부분이 10년차 이상의 과장들 아닌가.


 위 이야기를 읽고 발끈하여 "라떼는..."을 읊고 싶었다면 스스로가 그냥 나이먹은 꼰대라고 생각하고 반성하자.


2. 공유

 -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고, 슬슬 적응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주니어들이 이제 하나하나 오퍼레이션 업무를 익히고 있으며, 조금 더 숙련되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그냥 방치하면 주니어들은 그냥 기계가 된다. 회사오면 루틴으로 일을 할텐데 더나아가 자기 의견개진이나 기획업무들을 맡기 어렵다.


 자칫 자신의 의견이 팀업무, 조직에 반하는 것은 아닐까 지레 겁먹고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탁월한 동료와 그렇지 못한 동료들의 차이는 여기서 다시한번 발생한다.


 먼저 이번엔 탁월하지 않은 동료부터 예를 들어보자.

 "오 김사원, 요즘 일 적응 하니까 일 할만해? 뭐 한다고 맨날 바쁘냐. 이따가 담배나 한대피러가자. 뭐 안핀다고? 알았다 ㅋㅋㅋ 이따가 저녁에 뭐하냐? 술이나 먹자 엥? 취미활동한다고? 짜식이... 알았다 ㅋㅋㅋ"


 사실 수많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정보격차가 담배타임에 발생한다. 담배를 같이 피러간 사람들은 끊임없이 윗선의 분위기를 다운로드받게된다. 누가 이번에 어디로 발령을 나고, 이번에 어디팀이 무슨 보고를 했는데 실장님이 화가나서 키보드를 내려쳤다거나, 어디 팀에 누구 이상한데 걔한테 물어보면 안된다 등등 이와 같은 비정형적인 업무정보들이 담배타임과 술자리에서 공유되고 있다.


담타는 필요악일까 폐습일까


 문제는 이런 자리에서 공유된 내용이 팀전체에 공유된 것으로 착각하고 공식 공지 없이 업무가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한것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술, 담배 잘 안하는 주니어들입장에서는 알짜 정보들, 윗선의 분위기들을 감지할 수 없으니 도통 감을 못잡겠는 것이다. 


 반면, 탁월한 동료들은 되도록 투명하게 팀웍을 갖고 공유한다.

 "김사원, 이번에 실장보고 하시는 메일에 '역대급 퍼포먼스'이런 단어 보다는 '전월비 높게 개선된 퍼포먼스'정도로 수정하시는게 좋아. 실장님은 다소 가벼운느낌이 드는 단어를 자주 지적하시거든."

 "오늘 회의드릴 주제는 매체선정 계약을 위한 예산 재분배에 대한 건인데요, 김사원은 처음 참석해서 모를까봐 간단히 설명해주자면, 최근 상반기 매체 대행사의 실적이 좋아 하반기에는 더 많은 광고건을 지원하기로 해서 각 사업팀에서 추가 예산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개최하는거에요"

 "김사원, 지금쯤 하고 있는일을 간단히 정리해서 팀장님께 보고드려봐요. 아마 완성된것보다는 중간중간 김사원이 얼마나 일을 방향잡고있는지 알고싶어하시는것같더라고"


 공적인 회의 자리에서든, 옆에서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여 내가 회사, 팀에서 어떤 포지셔닝이 되고 있는지 꾸준히 서로 확인해주는 동료가 있다면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개인 의견 표현도 수월해진다. 또한 원래 있던 팀원들만 공유하던 내용을 공유받았을 때 얻는 소속감 또한 지속적으로 팀에 남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을 마치며, 오늘 나에게 이런 글감의 영감을 준 회사 동기 L에게 감사를 전하며 관련하여 나의 생각에 확신을 준 넷플릭스의 사례를 공유한다.


14년 동안 넷플릭스 최고인사책임자(Chief Talent Officer)로 일하며 인사정책을 완성한 패티 매코드(Patty McCord) 패티매코드컨설팅 대표 설명은 명료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A급 선수들과 함께 일하도록 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에서 "최고의 직장은 복지가 좋거나 급여가 많은 곳이 아니라 탁월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A급이 아닌 직원들을 해고하는 까닭도 최고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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